덥지도 않은데 땀이 줄줄 … 집에서도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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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한증을 집에서 간편히 치료할 수 있는 셀프메디케이션 시대가 열렸다. 최근 다한증을 치료하는 가정용 의료기기 하이드로엑스(Hidro-x)가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미세한 전류를 다한증 부위에 흘려 치료하는 ‘수돗물 이온영동법’을 접목한 의료기기다.

가정용 다한증 치료기인 하이드로엑스 사용 모습.

땀에 젖은 피부, 어루러기·무좀의 온상

다한증 환자는 일반 사람보다 땀 분비량이 불필요하게 많다. 체온조절에 필요한 땀 이외에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는 땀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모델로피부과 서구일(서울대 의대 겸임교수) 원장은 “다한증 환자는 땀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이 예민하다”며 “땀샘 밀도가 높은 손발 등의 부위에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한증은 10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흔하다. 다한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시험을 볼 때 손에 땀이 나 시험지가 젖고 연필이 미끄러지기 일쑤다. 겨드랑이 부분에 땀이 흥건해 청결치 못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서 원장은 “땀에 젖은 피부 각질이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곰팡이성 질환인 어루러기·무좀 같은 질병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다한증 환자는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하게 땀을 흘려 사회생활이 위축된다. 서 원장은 “땀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면 방치하지 말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정용 다한증 치료기인 ‘하이드로엑스’는 다한증 치료법 중 하나인 ‘수돗물 이온영동법’을 활용한다. 다한증 부위에 치료 전류를 흘리는 방식이다. 전자판이 부착된 수조에 수돗물을 붓고 손발을 담그거나 겨드랑이용 패드를 물에 적셔 붙인다. 수돗물 이온영동법은 두 가지 원리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첫째로 수돗물 속 이온의 성질을 이용해 땀을 체내로 밀어넣는다. 수돗물 속 나트륨 성분은 양이온이다. 땀도 양이온을 띤다. 제품을 개발한 메디라이트 김규태 대표는 “전류를 흘려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성질을 극대화해 땀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둘째로 땀을 과하게 분비하는 교감신경을 둔감하게 한다. 전기 자극이 땀선을 통해 교감신경까지 전달되면 민감했던 교감신경이 둔화되는 일종의 전기 치료다. 독일피부과학회에 따르면 수돗물 이온영동법은 매일 1회 15분 치료를 10일간 지속하면 효과가 나타난다.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2차 치료는 1주일에 1회 정도 치료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중증 환자 85.7%에서 효과 입증

가정용 수돗물 이온영동법 치료기기의 효과는 임상시험에서 증명됐다.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14~55세의 중증 다한증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 다한증 치료기를 하루 20분씩 총 10일간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2주 후에 치료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다한증 3~4단계였던 환자들 중 85.7%가 다한증 1~2단계로 최소 두 단계 이상 호전됐다.

 다한증은 증상 정도에 따라 1~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땀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정도다. 2단계는 땀이 나는 것은 참을 만하지만 간혹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정도다. 3, 4단계는 참기 힘들 정도로 땀이 많이 나고 일상생활이 매우 불편한 중증 단계다.

 가정용 다한증 치료기를 사용할 때는 유의할 점이 있다. 수돗물 이온영동법 치료에서 전류 세기와 치료 효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규태 대표는 “전류 세기를 과하게 높일수록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며 “자칫 피부가 가렵고 두드러기가 나거나 심하면 수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항우울제·향정신성의약품 등 체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나 약물을 투여받는 사람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팔·손 부위에 금속성 이식물이 있거나 심장박동기 등 전기적으로 조정되는 이식물을 체내에 이식받은 사람도 금지다.

글=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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