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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에게 대출 강요한 '사학재벌' 수억원 배상

중앙일보

입력

 1000억원대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학재벌’ 이홍하(77)씨가 자신이 세운 대학 교수들에게 대출을 강요했다 수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 정종관)는 전 신경대학교 교수 김모(56)씨 등 5명이 이씨와 김응식(58) 전 서남대학교 총장, 송문석(61) 전 신경대 총장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 등은 김씨 등에게 각각 1600만원~2900만원씩 모두 1억16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6년 김 전 총장과 송 전 총장을 통해 교수들 명의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으로부터 생활안정자금을 대출받으라고 지시했다. 명의를 빌려주면 학교에서 이를 대신 갚아주겠다고 것이었다. 김씨 등은 각각 2350만~3700만원씩 모두 1억4800만원을 대출받아 학교에 건넸다. 학교는 처음엔 이자를 내다 2010년 9월부터는 이마저 중단했다. 김씨 등은 이에 “이씨 등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출받을 것을 강요한 뒤 대출금을 가로챘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협박이나 강요에 의해 대출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 등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 대출을 받아줄 아무런 법적·도의적 의무가 없는 교수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며 “실질적인 손해를 입게 됐으므로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출을 받아서 학교에 줘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대출을 받아주고 싶지 않은데도 이를 거절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출을 받아달라는 요구를 받고 거절했던 교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김씨 등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씨는 신경대, 서남대, 한려대, 광양보건대 등을 설립하고 부인 등 친인척에게 주요 보직을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지난 2013년 1000억원대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9년을 받고 복역 중이다.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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