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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100세이브 더 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삼성 마무리 투수 임창용(39)은 지난 31일 수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와의 경기에서 9회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는 kt 김동명과 조중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뒤 마르테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그에겐 일상과도 같은 세이브였다. 그런데 좀처럼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임창용이 이날은 마운드 위에서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임창용은 이날 KBO 리그 통산 200세이브를 기록했다. 1999년 김용수(LG), 2007년 구대성(한화), 2011년 오승환(삼성)에 이어 네 번째다. 기록도 소중하지만 싱싱한 공을 뿌리며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려 기분이 더욱 좋아 보였다. 임창용은 "지난해 달성했어야 하는 기록이었다. 200세이브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의 직구 스피드는 시속 150㎞에 미치지 못했다. 사이드암으로 던지면 140㎞대 초반, 오버스로로 던지면 140㎞ 중반 정도였다. 그러나 공의 움직임은 확실히 좋았다. 회전이 강하게 걸린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꿈틀거리는 이른바 '뱀직구'를 던졌다. 슬라이더도 예리하게 꺾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창용이가 몸을 잘 만들었다"며 흐뭇해 했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우리 나이로 임창용이 올해 마흔 살이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의 팔꿈치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2012년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으나 수술 직후여서 완벽한 피칭을 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삼성으로 돌아와 세이브 31개(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불명예스럽게도 승리를 날려버리는 블론세이브도 1위(9개)를 기록했다.

일본으로 떠난 오승환(33·한신) 이후 국내에 압도적인 마무리가 없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임창용은 나름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1세이브)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이브 실패가 아홉 번이나 됐던 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블론세이브를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겨우내 독하게 훈련했다. 실전 피칭을 최대한 미루면서 체력 향상과 팔꿈치 보강에 매달렸다. 그 결과 올해는 싱싱한 공을 뿌리고 있다. 굳이 150㎞ 이상의 스피드를 내지 않아도 공이 묵직하다. 수술 후 3년째가 되며 팔꿈치 상태가 좋아진 덕분이다.
사실 200세이브는 임창용의 커리어를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그는 삼성에서 2001년부터 3년간 선발 투수로 뛰며 44승을 올렸다. 선발승과 구원승을 더해 KBO 리그 통산 109승을 거뒀다. 게다가 제2의 전성기였던 일본 야쿠르트 시절(2008~12년)의 기록(11승13패 128세이브)은 전혀 별개다.

한·일 통산 328세이브를 올린 임창용에게 "이러다 한·일 통산 400세이브까지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가 답했다. "무슨 말씀을…. KBO 리그 300세이브를 해야지." 3년 정도를 더 뛰며 세이브 100개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임창용이 세운 최고령 기록들
▶최고령 투수 국가대표(38세 3개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최고령 한 시즌 30세이브(38세 3개월 12일) 2014년 10월 12일 KIA전
▶최고령 포스트시즌 세이브(38세 5개월 3일) 2014년 11월 7일 한국시리즈 3차전
▶두 번째 고령 200세이브(38세 9개월) 2015년 3월 31일 kt전(최고령은 김용수 38세 11개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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