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40. 사상예술적 기초로서의 가사

중앙일보

입력

음악에서 내용을 이루는 것은 가사이다. 내용을 이루는 가사는 음악예술의 '사상예술적' 기초로서 인간의 사상 감정과 생활, 자연과 사회의 사물현상을 시적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사가 시와 구별되는 것은 음악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음악적 형상으로 재창조될 때만이 가치를 완전히 나타낸다는 것이다. 가사의 생명은 '의의있는 사상적 내용'을 세련된 시 형상으로 밝혀내는데 있다.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여도 예술적 형식으로 구현되어야 좋은 가사가 된다는 것이다.

"가사는 무엇보다 자주적인 새 생활 창조를 위한 사람들의 삶과 투쟁을 고무하고 그들의 사상정서생활을 풍부히 하는 좋은 내용으로 일관되여야 하며 또한 그것이 높은 예술성으로 구현되여야 한다.

내용이 아무리 뜻이 깊고 훌륭한것이라고 하더라도 높은 예술적형식으로 구현되지 못하면 예술로서의 가치가 없다. 또한 내용이 없이 형식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의 문학에술업적4 주체문학의 새경지』, 평양: 문예출판사, 1999, p. 208).

이러한 인식에 따라 가사에서의 내용이 무엇보다 중시되고 있는데, 어떤 사상적인 내용을 얼마나 높은 시형상으로 표현하는 가에 따라 가사의 '사상예술성'이 좌우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가사는 사상계급적인 특색을 올바르게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이른바 당대 사회 인민 생활의 본질을 반영하면서 인간의 아름다운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반영한 가사가 좋은 가사라는 것이다. 이런 가사는 자연 사상의 깊이가 있고 정서가 흘러넘치게 되어 노래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다는 것이다. 가요에 있어서도 철저히 계급적 원리, 주체적인 원리에 따를 것을 못박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사는 이렇게 사상성만 높아서는 안 된다. 다른 한편으로 가사는 사상적 내용뿐만 아니라 예술성 또한 높아야 한다. 가사를 예술적 형식으로 구현하는 방법은 가사를 시화하는 것이다. 즉 가사는 반드시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래의 생명인 시가 없는 가사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 질 수 없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생활의 본질과 인간의 아름다운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반영하면서 사상이 깊고 정서가 흘러 넘쳐서 사람들에게 깊이 있는 인상을 남겨줄 수 있도록 가사를 고도로 '시화'하는 것이 바로 가사의 '형상성, 예술성'을 높이기 위한 확실한 담보이다.

북한에서 말하는 가사를 시로 만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가. 가사를 훌륭하게 한다는 것은 좋은 노래말을 만들기 위한 것, 예술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에서 말하는 '가사를 시화한다'는 개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와는 거리가 있다. 시화한다는 것은 "세련된 시형상속에 생활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정서가 풍부하게 흘러넘치게 한다는 것"이다. 시적이면서도 사성적 내용이 풍부한 가사, 높은 사상성과 고상한 예술성이 옳게 결합되어 사람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가사가 북한의 시각으로 바라본 명가사이다.

이러한 관점은 음악을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로 인정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에 종속된 개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예라고 할 때는 문화예술을 의미하지만 북한에서는 문예라고 할 때는 문학예술로 개념지어 진다. 이와같이 예술에 있어서 문학이 중시되는 것은 다른 장르의 형상화에 있어서 기본을 문학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예술장르는 장르의 특성에 맞게끔 창작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집체 창작을 통해 창작되고 검열을 거친 문학작품이 있으면 다른 장르에서는 그 작품을 어떻게 장르의 특성에 맞게 형상화시켜나가는 것이다.

작풉의 내용이나 소재는 이미 문학에서 확정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범과 같은 하나의 작품이 여러 장르로 파생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피바다'라고 할 때에도 이 피바다는 혁명가극 <피바다>, 혁명연극 <피바다>, 문학작품 <피바다>, 가요 <피바다>, 영화 <피바다> 등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에서 이와같이 예술의 형상화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이른바 '불멸의 역사총서'와 '불멸의 향도총서'이다. '불멸의 역사총서'란 이른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혁명 기간 동안 김일성이 지었다고하는 작품을 말하며, '불멸의 향도총서'는 김정일의 우상화하여 대작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이렇게 창작된 음악은 군중사업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음악을 대중화 한다는 명목 하에 각 공장이나 기업소 등의 기관이나 단체에 음악보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체나 기관에 조직된 음악소조에는 전문 음악인들이 파견되어 이들의 음악할동을 지도해 준다. 또한 학교에서는 1인 1기의 교양사업으로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룰 줄 알도록 교육하고 있다.

북한의 창작곡은 인민성과 통속성이란 원칙에 입각하여 대부분 절가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절가형식이란 여러 개의 절로 나뉘어져 있는 정형시 형태의 가사를 하나의 곡에 맞춰 반복하도록 하는 가요형식으로 우리말로는 유절형식이다.
절가형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절가'로, 김정일은 "인민음악에서 노래의 기본형식은 절가이며, 음악예술은 마땅히 인민적이고 통속적인 절가형식이 위주로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절가형식은 구조가 간결한 것이 특징이며 선율의 반복성을 특성으로 하고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의 음악은 가사 전달이 용이하고 또 곡을 쉽게 외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친 반복으로 인해 상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이 절가 형식과 절가 역시 김정일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졌거나 강조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북한음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것이다.
전영선박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