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2일 치러지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영어 시험에서 EBS 수능 교재에 실린 지문을 그대로 옮겨와 출제하는 문항 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든다. 지난해 수능에선 전체 45개 문항 중 19개 문항의 지문이 EBS 교재에 나왔으나 그 수가 11~12개로 축소된다. 영어를 제외한 국어·수학 등 다른 과목에선 EBS 교재와 연계된 문항 비율이 종전처럼 70%로 유지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평가원은 이 같은 내용의 2016학년도 수능 시행계획을 31일 발표했다. 영어에서 지문이 나오는 문항은 ▶영어 지문을 제시하고 글의 목적과 주장, 주제를 찾는 문항(대의파악형) ▶지문과 일치하는 내용을 찾는 문항(세부정보형) 등이다. 올 수능에서 EBS 교재에 실린 지문 출제 문항 수를 줄이려는 이유는 수험생들이 EBS 교재의 한글 해석판을 외워 문제를 푸는 부작용을 막는 데 있다.
평가원은 EBS 교재에 실린 지문을 활용하지 않는 대신 EBS에 나온 지문과 주제·내용이 유사한 다른 글을 지문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수능 영어의 EBS 연계 비율은 약 50%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영어에서 EBS 연계 지문이 줄면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가 오를 수 있다. 휘문고 신동원 교감은 “EBS 밖에서 나온 지문이 늘면 독해에 걸리는 시간이 더 들어 다른 문제를 풀 시간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며 “특히 중상위권, 중위권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평가원의 조용기 수능시험본부장은 “이들 문항들은 정답률이 70~80%에 이를 만큼 쉽게 출제돼왔다. 올해도 쉬운 단어와 문장의 지문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날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영역별 난이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지난해 수능은 수학B형(이과생)의 만점자가 응시자의 4.3%, 영어는 3.37%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달 17일 수능개선위원회가 마련한 수능 개선안엔 ‘만점자가 과도하게 생겨 실수로 등급이 결정되지 않게 하자’는 내용이 있었으나 이날 발표엔 빠졌다. 조 본부장은 “지난해 수학B형에서 만점자가 많았던 건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줄이자는 사회적인 요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를 접한 학교, 학원가에선 지난해 입시의 혼란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 보성고 배영준 진로진학부장은 “지난해처럼 실수 한 개로 등급이 갈리는 상황이 다시 올 것 같다. 그러면 상위권 학생은 ‘실수 안 하는 훈련’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한편 교육부는 2014·2015학년도 수능에서 연이어 발생한 출제 오류를 막기 위해 출제위원 중 특정 대학 출신의 비율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2018학년도 수능까지 20% 이하로 줄이는 게 목표다. 특정 학맥·인맥으로 얽힌 출제·검토위원 탓에 오류 검토가 형식에 그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현재 출제진의 교사 비율(40.5%)도 확대할 계획이다.
세종=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