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8년간 한국 알리미 역할…스미스소니언 한국관 문 닫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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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2층에 위치한 30평 규모의 한국관. [사진 워싱턴 중앙일보]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홍보의 첨병 역할을 해왔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한국관이 2년 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박물관의 폴 테일러 아시아 문화·역사 프로그램 국장은 29일(현지시간) “2017년 6월 7일로 계약이 만료되는 한국관은 그 해 6월부터 12월 사이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관 재계약 여부에 대한 워싱턴 중앙일보의 문의에 “이를 논의할 시점은 지났으며 (한국관 폐쇄로) 최종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끝난 얘기”라고 답했다.

 테일러 국장은 2007년 한국관 개관을 도왔던 현장 책임자였다. 그는 “계약 기한이 10년인데 지금까지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며 “이렇게 오랜 기간 장소를 제공하는 계약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관 계약이 종료돼도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박물관 측이 한국 정부에 이같은 방침을 곧 통보할 계획이라고 테일러 국장은 전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한국문화원 측은 “스미스소니언 측과 재계약을 놓고 물밑 협의 중”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2007년 6월 개관한 한국관은 지난해 기준 800만 명이 찾는 자연사박물관에 자리잡으며 워싱턴의 전시 공간 중 요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스미스소니언의 19개 박물관 중 자연사박물관이 가장 인기 있는 박물관이다. 한국관은 이곳 2층에서 30평 규모의 단독 공간으로 꾸려져 한국의 자연·도예·혼례 등을 소개하는 한복·도자기·그림 등 약 85점을 전시해 왔다. 테일러 국장에 따르면 개관에 앞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한국관 추진을 크게 반겼다.

 그러나 박물관 측이 2년 후 한국관 폐쇄를 예고함에 따라 현재 장소에 버금가는 전시 공간을 찾기가 어려워 한국 알리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버지니아주 일대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자연사박물관 관람 안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문숙 한미예술재단 회장은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연사박물관 안에 한국 만의 전시 공간이 있다는 자체로 한국의 위상을 알리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중앙일보 김영남 기자 kim.youngna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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