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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위안화 절상 안 하면 27% 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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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중국의 가짜 상품 제조와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윌리엄 래시 미 상무부 차관보가 12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케이트 스페이드사 가방의 중국제 모조품을 찢어보이고 있다. [AP=연합]

미국의 2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많이 봤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제 가짜 상품 문제를 부각시키고 보복관세를 논의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인 610억4000만 달러(61조7000억원, 13일 종가 달러당 1011.5원 기준)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11월의 594억6000만 달러보다 16억 달러나 큰 규모다. 수출은 1005억 달러로 1월과 비슷했지만 수입(1615억 달러)이 1월보다 26억 달러 늘어났다. 이 중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늘어난 139억 달러였다. 1월의 153억 달러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대중 무역적자가 가장 컸다. 둘째 무역적자 대상인 일본(69억달러)의 2배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1620억 달러를 기록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올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처럼 적자 폭이 크게 늘자 미 의회에서는 중국에 대한 압박 발언이 쏟아졌다. 공화당 상원의원인 제프 세션은 "무역적자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브라이언 도건 상원의원도 "중국에 대한 외교적 접근으로는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상원은 중국이 6개월 안에 위안화의 가치를 올리지 않을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27.5%의 관세를 매기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미 정부는 또 중국산 가짜 상품의 폐해를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따지기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윌리엄 래시 미 상무부 차관보는 12일 베이징에서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상무부장과 쑨자정(孫家正) 문화부장 등을 만난 뒤 "중국의 가짜 상품과 지적재산권 침해로 해마다 60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며 이 중 미국의 피해액만 240억 달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조품 가방, DVD 타이틀 등을 기자회견장에 들고 나와 "중국은 가짜 상품 제조업자를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 뒤 미국 케이트 스페이드사의 가방을 흉내낸 모조품을 직접 찢어보이기까지 했다.

이승녕 기자

[뉴스 분석] 중국산 의류 수입 폭증 원유가 상승까지 겹쳐

미국의 2월 무역적자 확대 요인을 가까이서 찾으면 원유가 상승과 중국산 의류수입 홍수다. 유가 상승은 미국도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다.

후자는 지난 1월부터 30여년 만에 섬유수입쿼터가 해제된 결과다. 올 들어 두 달간 중국산 의류제품 수입증가율(전년 동기비)은 62.4%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제품 전체 수입은 2월에 170억 달러로 줄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적었다. 그 결과 중국과의 무역적자폭도 139억 달러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였다. 따라서 의류수입 폭증만을 문제삼아 중국에 새로운 무역압력을 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이달 초 미 상무부는 중국산 수입의류에 불공정한 요소는 없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자국 업체들의 등쌀에 못 이겨 조사를 개시했지만 구체적인 제재조치 가능성은 작다.

대신 다른 식으로 계속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가짜 상품으로 인한 연간 피해액이 6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몰아붙이는 것이 한 예다. 미 의회에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등 보호주의 색채가 더 짙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쨌든 예상을 뛰어넘는 무역적자로 1분기 미 성장률은 위축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불어난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의 활기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해석하려 한다.

이런 시각 아래선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에서 그만큼 자본을 끌어와야 한다. 달러 약세는 필연적이고 자연 인플레로 이어진다. 인플레 우려는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이것이 주가를 끌어내리면 경제는 악순환 구조에 빠진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무역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다시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제조업협회는 위안화가 40%는 낮게 평가돼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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