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견공, 경사 특진 … 의경보다 계급 높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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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남 고흥경찰서 마스코트인 ‘정문이’가 경찰서 정문에서 민원인들을 맞고 있다. [사진 고흥경찰서]

전남 고흥경찰서에는 의무경찰들보다 계급이 높은 견공(犬公)이 있다. 길거리를 떠돌던 유기견에서 경찰서의 마스코트가 된 ‘정문이’다.

 정문이와 고흥경찰서의 인연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경찰서 인근에 사는 한 어린이가 주인 없이 길거리를 떠돌던 유기견을 경찰서로 데려왔다. 의경 대원들은 즉각 군청에 연락한 뒤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심 끝에 대원들은 유기견 보호시설에 보내는 대신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맡아 키우기로 했다.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와 정이 들면서 떠나보내기가 싫어진 것이다.

 대원들은 일상을 함께 보내면서 한 식구가 된 강아지에게 정문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정문 위병소에서 꼬리를 흔들며 민원인들을 맞아준 데서 생각해낸 이름이다. 지난 1월에는 직원들과 함께 정문이의 목에 경사 계급장을 걸어주며 ‘특진’도 시켜줬다.

 정문이에 대한 직원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112타격대 오승환(23) 수경은 자신의 근무복과 같은 남색 자투리 천을 이용해 옷을 만들어줬다. 옷에는 경찰을 상징하는 참수리 마크도 달았다. 위병소에서 함께 근무를 서는 정문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다.

 정문이는 여러 사건·사고와 관련해 경찰서를 찾는 민원인들의 경직된 마음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회와 단절돼 군복무를 하는 의경들에게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는 친구가 됐다. 인근에 사는 초등학생 20여 명이 정문이를 보기 위해 수시로 경찰서를 찾을 정도로 인기도 높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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