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내국인 카지노 추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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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제주도가 지역내 카지노장에 내국인 출입 허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강원도 폐광 지역 주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양측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22일 태백·정선·삼척·영월 등 강원 남부 폐광지역 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광산지역주민협의회(위원장 송재범)에 따르면 유근민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제주도의회·학계·시민단체 관계자 등 제주 지역 인사 30여명은 23일부터 25일까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주) 강원랜드와 폐광 지역을 둘러볼 계획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광산지역주민협의회는 22일 오전 11시 긴급 모임을 갖고 “禹지사를 포함한 제주지역 인사들이 대거 강원랜드를 방문하는 것은 제주도에 내국인 카지노 설립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23일 오후 4시에 열리는 협의회 전체 회의에서 “제주도는 폐광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립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키로 했다.

이번 禹지사 등 제주도 관계자들의 방문은 한국카지노업 관광협회와 제주도내 8개 카지노 업체로부터 지난 12일 “제주도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시·제한적으로 내국인 관광객의 카지노 입장을 허용해 주도록 관계 부처에 요청해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를 받은 직후에 이뤄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내국인 출입 카지노장 허가 확대를 요구해 온 제주도 지역 카지노 업체는 이번 건의서에서 “내국인 관광객에 한해 연간 4회 범위 내에서 출입을 허용하고 1회 입장 때 3백달러 이내로 사용액을 제한해 쿠폰을 발행하면 통제가 가능하다”며 “카지노 입장료로 1만원씩 징수해 제주도 재정자립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광산지역주민 협의회 등 폐광 지역 주민들은 “정선 지역에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장이 설립된 것은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회정책으로 폐광이 잇따르면서 지역 경기가 실종되고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체 산업 육성차원으로 일반 기업이 운영하는 제주도 내 카지노 업체와는 근본적으로 설립 취지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광산지역주민협의회 宋위원장(47)은 “제주도에 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허용될 경우 교통 여건 등 입지면에서 아직까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강원랜드 카지노 호텔은 고사되고 말 것”이라며 “盧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지역에 방문해 내국인 출입 카지노는 정선 한 곳뿐이라고 밝힌 만큼 정부는 확고한 방침을 발표해 더이상 양측의 마찰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선=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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