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양육비, 정부가 대신 받아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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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와 15세 두 자녀를 둔 A(53)씨는 2011년 8월 남편과 이혼했다. 이혼 당시 남편이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됐으나 남편은 자녀를 돌보지 않았다. A씨가 두 자녀를 키우게 됐고, 학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면서 얻은 월 100만~150만 원의 소득으로 세 식구가 근근이 살고 있다. 전 남편으로부터는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결국 경제적 어려움으로 큰아들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했고, 둘째도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로부터 도움을 얻어 남편을 상대로 양육비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앞으로는 정부가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이혼ㆍ미혼 한부모를 직접 돕기로 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 이행 전담기구인 양육비이행관리원이 25일 출범한다.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어머니 또는 아버지가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양육비에 관한 상담을 하고 법률 지원을 한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하거나 양육비 이행 확보 소송을 도와주고, 양육비 채무자의 주소ㆍ근무지ㆍ소득ㆍ재산조사를 지원한다. 채권추심과 양육비 이행 상황 모니터링도 한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낳은 미혼모나 미혼부도 이용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실태조사(2012년)에 따르면 혼자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 또는 아버지가 이혼한 상대방으로부터 자녀 양육비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전국적으로 39만 가구의 한부모 가족이 양육비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받았다‘는 응답은 5.6%에 불과했다. 하지만 A씨처럼 양육비 청구 소송을 경험한 사람은 4.6%에 그쳤다. 혼자서 자녀를 키우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소송을 수행하거나 채권추심을 진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개인이 소송을 하려면 약 500만 원 가량이 든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서비스는 무료다. 여성가족부 윤강모 양육비이행관리원설립TF팀장은 “양육비는 아동의 권리이며, 부모의 자녀 양육 책임이라는 제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제대로 이행되어야 한다"면서 "정부의 법률 지원으로 양육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되면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부담 등 전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저소득 한부모 가정에는 자녀 1명당 월 10만 원의 양육비,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장에는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의 이선희(66) 변호사가 임명됐다. 이행관리원은 예산 67억 원, 직원 수 57명 규모다. 이 원장을 포함 21명이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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