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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기 앞두고 중국어선 침범 우려, 서해 긴장감… 해경 "발포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낮 12시쯤 인천시 옹진군 대청면의 한 해안가. 어민들 2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어구와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꽃게잡이 조업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기다리던 조업이 시작되지만 어민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중국어선 탓이다.

어민 최원조(62)씨는 "요즘 중국어선들은 꽃게만 싹쓸이하는 것이 아니라 어민들이 설치한 어구까지 훔쳐가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서해 5도에 긴장감이 돌고있다. 봄 성어기(4~6월)를 앞두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출몰하고 있는 중국어선때문이다. 해경은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되면 하루 200대가 넘는 중국어선이 출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도 서해5도 해상에는 하루 100척 안팎에 달하는 중국 어선들이 출몰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현장을 잡기 어려워서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어선들이 기상이 악화되면 해경의 단속이 뜸할 것으로 보고 기습적으로 들어와 조업을 하다가 진압작전을 벌이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으로 도망치기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또 날씨가 나빠졌을 때 중국 어선들이 대피하는 대청∼백령도 해역에 단속을 늘려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대피한 상태에서 중국어선이 우리 어민의 어구를 훔치거나 훼손하는 일도 다반사여서다.

해경도 중국어선 단속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이날부터 서해5도에 경비정 등을 추가 투입해 다음달부터 중국어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상 경비정을 3대에서 7대로 늘리고, 대청∼백령도 해역에는 60t급 경비정이 상주하기로 했다. 고속단정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치한다. 소청∼백령도 해역에 500t급 중형 함정이, NLL 인근 연평도 해역엔 방탄 고속단정이 상시 감시활동을 벌이게 된다.

경비 인력도 기존 100여명에서 150여명으로 늘어난다. 특히 연평도 해상에는 단속 전담 특공대를 투입해 해군과 합동으로 단속을 벌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해경이 "중국어선을 단속할때 함포·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해경은 지금까지 중국 선원들이 흉기로 극렬 저항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개인 총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해 왔다.

윤병두 인천해경안전서장은 이날 열린 어민과의 간담회에서 "(중국 불법 어선에게) 발포하면 안되냐?"는 어민의 질문에 "총포 사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어선들이 기상이 나쁠때 출몰하면 해경도 출동과 단속의 어려움이 있다"이라며 "필요시엔 신중하게 함포, 총기 등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해상에서 '쿵'소리가 나면 해경이 (중국어선을 향해) 발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달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해경안전본부는 "중국어선에 대한 단속 의지를 강조하는 취지"라며 "민간 선박에 대한 함포 사용을 허용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청도=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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