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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생존학생들 찾은 진도주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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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세월호 당시 구조작업에 나섰던 진도 주민 박동단(68·여)씨는 생존학생들과 만나기 위해 20일 오후 단원고를 찾았다. 버스에서 내릴 때 생존 여학생이 건네는 꽃을 받아든 이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여학생의 손을 꼭 붙잡았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노동례(71·여)씨도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노씨의 울음에 환하게 웃었던 학생들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교실로 향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 단원고 운동장에서 새월호 침몰 사고 당시 구조에 나섰던 동거차도 등 진도 주민 89명과 구조된 생존학생들이 1년여 만에 만났다. 학생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주민들을 맞았다. 주민들은 “아이들이 잘 살고 있는지 보고 싶어 왔다”고 했다.

밝게 웃는 모습에 안도의 숨을 내쉰 주민들은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2층 교실로 향했다. 생존학생과 희생된 학생들이 사용했던 교실이다. 교실 책상 위에 올려진 사진과 꽃, 과자와 음료수 등을 본 주민들은 또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2학년 2반 책상 위에 올려진 한 여학생의 사진을 보던 이정단(66·여)씨는 “미안하다. 애들아”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이곳저곳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아이들 사진을 보며 “아이고, 아이고”라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최원종(61)씨는 교사들에게 “숨진 아이를 찾아달라. 애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가 찾은 학생은 고 문지성양. 최씨는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펼치다 문양의 시신을 수습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닻을 끌어 올렸는데 그곳에 문양이 걸려 있었다. 너무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문양의 책상에 꽃을 꼭 올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꽃을 준비해 왔다”며 문양의 책상 위에 꽃을 올려 놓은 뒤 잠시 묵념했다.

이어 단원고 지하 1층 시청각실에 모인 주민들과 학생들은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생존학생 대표로 나선 김모군은 “배에서 나와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이불과 라면을 끓여주신 은혜를 결코 잊지 못한다”며 “그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대표로 나선 김준석(42)씨는 “다 데리고 나오지 못해 미안하다. 생존학생들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큰 일꾼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생존학생 학부모들도 구조에 나서준 주민들에게 “감사합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잘 키우겠습니다”며 인사를 했다. 1시간 여의 만남을 뒤로 하고 주민들은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생존학생들은 버스가 학교 정문을 빠져 나갈 때까지 함께했다. 한 여학생이 “안녕히 가세요. 감사해요”라고 외치자 모두들 손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했다.

주민 차남표(64)씨는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한편으론 아직도 사고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도 됐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많이 밝아 보여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안산=임명수 기자 lms@joongang.co.kr
[사진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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