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크림반도' 미얀마 코캉 긴장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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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얀마 전투기가 중국 영공에 침입해 폭격을 벌여 중국인들이 숨지며 두 나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 전투기는 지난 13일 중국계 반군 진압 과정에서 중국 윈난(雲南)성 멍딩(孟定)진 다수이상수(大水桑樹)촌을 오폭해 중국인 5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당했다.

 웨이륀 미얀마 국방장관은 1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방장관회의에서 “중국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에서는 “미얀마에 보복해야 한다”는 격앙된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얀마 정부의 배상을 받아들여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홍콩 명보가 17일 보도했다.

 코캉에서는 2009년 이후 중국계 반군들의 독립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의 중국계 반군 민족민주동맹군을 이끄는 펑자성(彭家聲·84)이 지난달 9일 ‘광복 전쟁’을 선언하며 시작된 2차 코캉사태로 지금까지 미얀마 정부군 84명이 사망하고 214명이 부상당했으며 반군 측은 98명이 숨지고 30명이 체포됐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국방군 총사령관은 “중국계 반군을 미얀마 민족으로 볼 필요 없다”며 섬멸을 명령했다. 쉐만 미얀마 하원의장은 “중국 정부는 미얀마 정부와 협력할 것인가 소수민족 반군과 협력할 것인가”라며 중국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2009년 8월 미얀마 정부의 마약 퇴치 과정에서 코캉자치구 수반에서 실각한 펑자성은 지난달 10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캉은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가 되고 싶다. 하지만 누가 푸틴인지 모르겠다”며 전세계 중국인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지난달 16일 환구시보에 실은 ‘코캉을 크림반도에 비유하는 것은 코미디’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립을 표명했다.

 코캉은 17세기 청나라에 멸망한 명나라의 한족 유민들이 나라를 세운 곳이다. 이후 청나라에 편입됐다가 중국과 영국간의 조약에 따라 영국령 인도에 편입됐고, 미얀마가 영국에서 독립하며 미얀마에 편입된 곳이다. 중국계가 주민의 80%에 이르러 중국계 자치구로 운영되고 있다.

  코캉 사태 뒤에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과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구축 전략’의 충돌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이 건설 중인 미얀마 짜욱퓨 항구와 중국 쿤밍(昆明)을 잇는 송유관은 코캉 인근을 통과한다. 미국은 이에 맞서 2012년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도 미얀마를 찾아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등 미얀마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광운대 신상진(국제협력학부) 교수는 “2009년 1차 코캉사태 당시 난민 3만5000명의 처리 과정은 북한 급변사태 때 중국의 난민 대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였다”며 “이번 코캉사태 역시 한국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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