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클리닉] '아버지의 情' 기대하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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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들이 찾아오는 것을 귀찮아했던 것을 보면 신우씨의 아버지는 '나쁜'아버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버지 역할'을 몰랐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역할에 대한 정보가 뇌에 저장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이제라도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사랑'과 '정'을 받기는 하지만 줄줄 모르는 분. 그런데도 신우씨는 아버지로부터 애정을 확인하려 하네요. 상처 입은 어린 시절을 성인이 된 현재의 자신이 치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한 때는 아버지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했다고 봅니다. 아버지와 정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 기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작습니다.

상처는 받았지만 신우씨는 훌륭하게 성장했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이 주된 관심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아버지로서 역할을 잘 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신우씨의 마음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교정해 자기 자신을 치유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태어나게 될 자녀와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우씨는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단, '현실의 아버지'를 통해 자신이 바뀌어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현실의 아버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아버지 역할을 배우도록 해 보세요. 선생님.직장 상사, 그리고 종교생활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미 성인이 되었으므로 주변 사람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혼 후 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교정될 수 있습니다. 아내로부터 정이 오가는 마음을 배우고 함께 나눈다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의 아버지에게 기대를 가지면 되풀이해서 상처만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버지와는 지금까지의 관계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최소 한도의 관계만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결혼을 통한 새로운 인간관계의 형성이 중요합니다. 그러기에 미래의 아내와의 관계가 그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김병후 부부클리닉 후 원장.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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