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요인 만남도 직접 제안 … 달라지는 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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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오후 정의화 국회의장 등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중동 4개국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제2중동 붐이) 현실화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정 의장, 박 대통령,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완구 국무총리.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5부 요인과 회동했다.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5부 요인은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완구 국무총리다. 해외 순방 후 박 대통령이 5부 요인에게 이런 자리를 만든 건 취임 후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부 요인과의 회동은 박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에서 “ 또 한 번 중동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을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4개국 순방을 하면서 현실화될 수 있겠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고 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우디 왕세제 같은 경우는 영어로 ‘as soon as possible’(가능한 한 빨리 하자), 대충 넘어가는 그런 거 제일 싫다고, 분명히 언제까지 담당자를 정해서 결과를 내자 고 했다”면서 순방 뒷얘기를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17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나 순방 성과를 설명한다. 순방 성과 설명보다는 무게중심이 ‘소통 정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5부 요인 회동도 결국은 ‘소통’에 방점이 있었다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불통(不通)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지율이 급락하는 걸 경험했던 박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부터는 눈에 띄게 소통 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 순방길에서 박 대통령은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기자들과 순방 전후로 ‘왕복 기내간담회’를 했다. 예전엔 기자들과 인사만 하고 지나쳤으나 이번엔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아도 박 대통령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고 성과를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기내간담회나 나흘 간격으로 5부 요인과 여야 대표들에게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회동 일정을 잡아서만은 아니다. ‘군기 반장’ 스타일의 김기춘 전 비서실장 자리에 ‘소통형’ 이병기 실장을 발탁한 것부터가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 실장은 취임 후 국회를 찾아 여야 대표를 만나고, 일주일 만에 고위 당·정·청 회의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형 비서실장이 오면서 당정의 자율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올 들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며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외부 인사를 계속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국정 현안의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당장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대타협 시한(3월 28일), 노사정위원회의 노동 개혁 타협 시한(3월 말), 세월호 1주기(4월 16일) 등이 박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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