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의 눈"… 이스라엘군 북진|평화군 철수 공백 메운다고|베이루트남방 20㎞쯤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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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드루즈 및 시아파 회교세력의 서베이루트 장악, 미해병대 등 서방평화유지군의 베이루트철수개시, 「제마옐」 대통령의 대 이스라엘평화협정(작년5월17일 체결) 폐기결정 등 지난2월초부터 회오리바람에 휩싸여온 레바논정세는 그동안 관심과 불안의 초점이 돼오면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남쪽교외 20㎞지점까지 북진함으로써 본격적인 태풍의 눈이 되어가고 있다.
82년6월초 레바논을 침공한지 한달만에 베이루트까지 휩쓸었던 이스라엘군은 얼마후 조금 철수해 시돈북쪽 아왈리강 남안에 방위선을 구축, 남부레바논만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번 이스라엘군의 북진은 「제마옐」 대통령의 평화협정폐기선언 및 백악관의 미해병대 철수결정에 잇달아 시작됐다는 점에서 베이루트에 생긴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것 같다는게 서방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그러나 「샤미르」 이스라엘수상은 이스라엘군의 군사움직임에 대해 『이스라엘 북부지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뿐 베이루트에 다시 들어갈 의사는 전혀 없다』면서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레바논사태에 대한 이스라엘의 기본관심은 「제마옐」 대통령의 운영이나 기독교-회교 양세력간의 권력투쟁 등 레바논 내부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리아세력의 확장을 저지해 레바논지역의 힘의 불균형을 막고 이스라엘 북부국경지대의 안전을 확고히 한다는데 있다.
이같은 입장은 서베이루트가 회교민병대 손에 들어간 직후「제마옐」 대통령의 지원요청을 거절한 사실이라든가, 「아렌스」이스라엘국방장관이 『서베이루트에 팔레스타인게릴라가 다시 들어갔다』면서 PLO게릴라들의 남부레바논 침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계속 표명한 데서도 엿볼수 있다.
48년 독립후 계속 국경지역의 안보를 국가의 최우선 정책목표로 살아온 이스라엘은 4차에 걸친 중동전을 치르면서 요르단강서안 및 골란고원을 점령하고 79년 대이집트 평화조약으로 동쪽과 남쪽국경의 안보는 반항구적으로 확보했으나 북쭉 레바논국경지대는 이렇다할 보장을 받아 놓지 못하고 있었다. 82년의 레바논침공과 작년5월의 레바논과의 평화협정 등은 모두 이러한 안전보장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제마옐」 대통령이 평화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할 것을 선언하자 이스라엘은 북쪽국경의 안보에 대한 불안이 다시 되살아났으며 이같은 불안이 이스라엘군 북진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하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접근은 「대시리아」를 꿈꾸며 76년이래 아랍연맹의 결정에 따른 아랍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베카계곡 동쪽지역에 3만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아사드」 시리아대통령을 자극시킬 것은 틀림없다. 이스라엘의 북진은 시리아 및 레바논내 회교세력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리아의 반응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레바논정세는 또 한번 크게 일렁일 것이 분명하다. <이규진 기자>

<"시리아 전면공격 할지도" 영지보도>
▲더타임즈(영·22일자) AP=연합 이스라엘은 북부국경지대의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국적평화군을 파견했던 서방국가들처럼 쉽사리 레바논에서 물러날 수는 없다.
시리아가 진정으로 이스라엘의 철군을 원한다면 베이루트의 새로운 정부가 됐건, 남부레바논의 사실상의 실력자가 됐건간에 누군가가 이스라엘에 안보를 약속하도록 허락해야만 한다.
안보를 약속하는 주체가 시리아의 영향력하에 수립된 베이루트의 새 정부라면 이같은 약속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 .시리아 자신도 이률 보증해야만할 것이다.
시리아와 이스라엘간의 이해는 지난 76년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어질 수있지만 시리아가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이같은 대가를 치를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리아는 오히려 이스라엘을 남부 레바논에 묶어두고 이스라엘이나 이스라엘의 대리인에 대한 격렬한 저항운동을 사주하여 이스라엘의 힘을 쇠진시키는 쪽을 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한 방법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남부 레바논 사태가 악화되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면 시리아에 대한 전면공격을 단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에는 시리아가 레바논을 장악하면 반드시 이스라엘의 안보에 위험이 닥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조만간 시리아와의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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