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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호텔 세일즈우먼 최혜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호텔 세일즈우먼 최혜연양(25·호텔신라 판촉담당 지배인)은 날카로우나 쉽사리 드러나지않는작은 더듬이를 갖고있는 셈이다.
한국주재 일본공사관과 일본거래회사를 다니면서 호텔신라의 규모와 객실·연회내용에 대해 차근차근 털어놓는 그는 정성으로 고객을 대하는 그런 호텔의 풍경을 말쑥하게 그려내고있다.
고객의 심중을 마치 더듬이로 흝어내리듯 조심스럽게 타진하는「호텔 세일즈」가 새로운직종으로 부상한것은 불과 5년정도. 호텔의 규모가 점차 굵직굵직하게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호텔이 직접 고객을위해 「발로뛰는 판촉활동」을 벌이게 된 것.
현재 호텔 세일즈로 활약하는 수는 줄잡아 남녀 40여명선으로 신라·조선·하이야트호텔이 83년부터 여성 세일즈를 전격적으로 기용 새로운 여성직종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호텔 세일즈가 여성직종으로 자리를 굳히려면 현재 시범케이스인 저희들의 실적여부에 달렸다고 봅니다. 모든 판촉활동의 철칙이「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듯 호텔 세일즈 또한 고객들이 호텔용 찾아오도록 설득시키는 작업이 기본입니다. 판촉활동은 조급하게 승부를 내는 세계가 아니란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읍니다』 호텔 세일즈의 하루는 세일즈들간의 회의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에게 있어 호텔내부시설은 모두 상품으로 탈바꿈하고 호텔을 이용할만한 고객은 모두 구좌로 통용된다.
최양의 하루도 같은 세일즈간의 회의가 끝나는데로 호텔신라를 자주 이용하는 한국 주재일본회사 방문으로 시작된다.
2백30여개 일본회사구좌를 펼쳐놓고 창립기념일·서울사무소개점·송년회·망년회·신년회·지점승격·지점장 교체등의 각사 사정을 염두에 두고 방문할 업체를 정한다.
『「호텔을 이용하실땐 바로 저희 호텔을 이용해 주세요」라는 문장만은 절대로 사용하지않는 것이 제 고집이기도 합니다. 회사를 방문하면 가능한한 객실이나 식당·연회석등의 일거리 이야기는 피하고 친해지는 계기로 삼으려 애씁니다. 회사방운은 타회사의 행사정보도 알수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요』 매일 5∼6개 업체를 방문하면서 호탤신라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그는 거래가 없을때 일수록 두터운 친분관계를 가져야『호텔의 창구로서 자신을 기억할수 있다』고 판촉의 비법을 들려준다. 최양의 출생지는 동경. 중학교까지 일본에서 다녀 일본어가 유창하다.
82년 이대 생활미술과를 졸업, 무역박람회에서 일본어 통역관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중 호텔신라의 총지배인 보좌 「하시바」씨를 만나 83년1월 일본인 담당 호텔 세일즈로 취업전선에 나서게 되었다.
경력 1년의 초년병 세일즈가 그동안 치러낸 업적은 「나까소네」일본수상의 방한때 연락책으로 활약한 일을 비롯하여 한국에 나와있는 일본업체는 대부분 얼굴을 익혔으며 올해부터 신규구좌로 타일본 회사를 끌어들일 각오도 단단히 하고있다.
업계에서는 그를 가리켜「수줍어요 스타일」이라 일컫는다. 구태여 업무일을 강하게 밀고나가지는 않아도 호텔을 이용할 경우 반드시「미스 최」를 찾게될 만큼 부드러움 속에 강단이 엿보인 때문.
요즈음 그에게는 호텔 세일즈를 위해 일본인 상사와 어느정도까지 친분관계를 가져야할지 그 한계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여성들의 꼼꼼한 성격과 부드러운 안내기술이 세일즈 직종에는 적격이지만 미혼이기 때문에 친절이 자칫 과잉접대가 될 우려또한 무시할수 없다.
외식산업의 발달로 이제는 호텔 세일즈도 객실보다 음식이나 연회에 치중해야 할거라는 그는 고객들이 호텔을 이용할 경우 모두 생애에 몇번 되지않는 귀중한 기회임을 여러번 명심하고 있다.
월보수는 34만원. 10만원정도는 저축하지만 대부분은 아버지(최종학씨·55·무역업)가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관계로 비행기 삯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제 일에 재미가 붙어 결혼은 당분간 보류라는 그는 소극적인 성격이 직종으로 활발해진 느낌이라며 친구들의 약혼식을 호텔신라로 유치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라고 들려준다.
서울에서 이대에 다니는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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