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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달력은 이제 '우리집 게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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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컴퓨터와 프린터, 그리고 약간의 정성만 있으면 활용도 높은 '우리집표 달력'을 만들 수 있다.

우선 한글 프로그램 등에 있는 표 기능을 이용해 탁상 달력과 비슷하게 달력 파일을 만들어 보자. 표 만들기에 익숙지 않다면 인터넷에서 달력 서식 파일을 구해 다운로드만 하면 된다. 그런 다음 빈 칸에 날짜를 적어 넣는다. 날짜를 적을 때 센스 하나, 나이 드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면 양력 날짜 대신 음력 날짜를 부각시킬 수 있다. 요샌 달력들이 음력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노인들은 아무래도 음력 날짜에 익숙해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프린터로 뽑아 놓은 달력 종이를 탁상용으로 만들려면 빳빳한 덧종이와 와이어 등이 필요하다. 이런 재료들은 서울 을지로 3가 인쇄재료타운 등에 가면 아주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또 주문형 인쇄 전문 사이트 등에서 대형 출력이나 코팅도 가능하다.

우리집표 달력은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에 맞춰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아이들용으론 시험기간이나 공휴일 등을 눈에 띄게 할 수 있고 화장실엔 유명한 그림들을 출력해 붙여 놓을 수 있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달력엔 맛있게 먹었던 요리의 조리법 등을 제철에 맞게 붙여주면 좋다.

김숙진 (패밀리 리포터)

벽에 걸려, 또는 책상 위에 앉아 한달치, 일년치 날짜를 알려주는 달력. 그렇지만 휴대전화가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면서 날짜 확인은 휴대전화의 몫이 됐다. 게다가 요즘 인터넷에서는 '신기한 달력'이 유행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특정 날짜를 클릭하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혹은 남아있는지 초단위까지 알려주는 이 '초력'은 만난 기념일을 챙기는 청소년들에게 특히 인기다. 이제 기존의 종이 달력은 자신의 사명을 다 한 것일까. 아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 기능도 필요한 법. 가족 간 의사소통의 장으로, 손쉬운 일정표로, 개인 취향에 맞게 변형된 이색 달력 활용법을 살펴보자.

아이 학교 일정 메모 … 시험 땐 격려 글

# 달력으로 의사소통=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윤희(43)씨는 매년 초 아이 학교에서 1년치 일정표를 나눠주면 바로 아이방 탁상 달력을 꺼내든다. 일정을 달력에 옮기기 위해서다. 김씨는 "큰애 초등학교 때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 시험날짜를 알게 된 적도 있다"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좀 더 계획성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달력 스케줄 관리법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우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시험 일정은 아이 눈에 확 들어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색의 형광 펜이나 사인펜을 이용해 표시한다. 일정만 적는 게 아니다. 시험기간에는 '힘들지? 조금만 참자'라는 격려의 글을 적는다. 노는 토요일엔 아이 기분에 맞춰 '오늘 뭐 할까?' 등의 글도 적는다.

그럼 아이는 나름대로 메모를 하고 여기에 엄마는 다시 '댓글'도 단다. 달력이 엄마와 아이 사이에 작은 의사 소통 도구로 변신한 것이다.

이 달력은 엄마의 생활 계획을 세우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사실 주부의 생활은 이미 자녀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엄연한 현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아이의 방학 날짜에 맞춰 미리 예약을 해놓을 수 있고, 언제 하복에서 동복으로 바뀌는지도 알 수 있다. 허둥지둥 옷장에서 꺼낸 교복이 수선이 필요한 난감한 상황은 이제 없다.

탁상달력 1장 지갑에 … 수첩보다 실용적

# 간단한 '모바일'일정표=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박정자(63.상명대 교수)씨가 연말이 되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바로 은행.백화점 등에서 나눠주는 탁상 달력.

우선 탁상 달력에서 1개월분 한 장을 찢은 뒤 지저분한 부분은 자르고 세로로 3단을 접는다. 이것을 지갑이나 핸드백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스케줄을 적는다. 한 달 치가 한 장에 표시되기 때문에 한 달 일정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다. 날짜가 표시되지 않은 뒷면은 보통 유명 작가의 그림이나 사진 등이 인쇄돼 있어 볼거리로도 좋다. "수첩보다 지갑 속에 스케줄 표를 넣어두는 게 기록도, 휴대도 간편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다음달로 넘어가도 달력을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 몇 년 지나 당시 무슨 일을 했었는지 확인하거나 자료로 쓰기 위해서다. 다이어리를 모을 경우 부피가 만만치 않지만 달력 종이는 무게나 공간도 별로 차지하지 않는다.

계절별 살림 노하우 담은 주부 달력도

# 가족 매니저용, 살림용도=주부 60만 명이 회원이라는 인터넷 주부 포털사이트 '아줌마 닷컴'이 올해 처음으로 만든 '아줌마 닷컴 패밀리 캘린더'는 일반 달력과 다르다. 달력엔 날짜는 물론 가족의 이름과 가족 각자의 스케줄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주부가 '가족 매니저'라는 입장에서 전체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김장은 언제 하는 게 좋은지, 고추는 언제 사서 말리는 것이 좋은지 등 프로 주부로 소문난 회원들의 살림 노하우도 빼곡하다. 아줌마 닷컴 기획팀 김영선 주임은 "요즘처럼 먹거리가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직접 간장이나 고추장 등을 담그려는 주부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이 캘린더는 우선 30일까지 아이디어를 제공한 회원에겐 무료로 배포된다. 유료 판매 계획은 반응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달력을 직접 만들어 아이들 교육용으로 쓸 수도 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김수진(32)씨가 아들 승헌(5)이를 위해 만든 부직포 달력이 그 예다. 넓은 부직포와 작은 부직포 31장, 그리고 벨크로 테이프를 준비한다. 넓은 것은 달력판이 되고 작은 것은 날짜가 된다. 달이 바뀔 때마다 아이와 함께 작은 부직포의 위치를 옮겨 붙이면서 집안 주요 행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면 좋다.

글=조도연 <lumier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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