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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 기자의 오늘 미술관] 세잔의 산

중앙일보

입력

폴 세잔, 생 빅투아르산, 1902∼1904, 캔버스에 유채,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엑상 프로방스는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730㎞ 떨어져 있다. 이 지역 법대를 중퇴하고 화가를 꿈꾸며 스물 둘에 파리로 나온 청년이 있었다. 심한 우울증에 빠져 반 년만에 돌아왔고, 이듬해 또다시 파리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평생 고향에 묻혀 이곳의 생 빅투아르산, 아니면 식탁 위의 사과 같은 심상한 장면을 그리고 또 그렸다. 낙향한 화가였지만 냉정한 은둔자는 못 됐다. 파리 살롱전에 집요하게 응모한 끝에 마흔 셋에 처음으로 그림을 걸었다.

현대 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1839∼1906)이다. "형태의 본질을 견고하게 탐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고즈넉한 산 그림 밑에는 그의 욕망과 좌절이 꾹꾹 눌러 담겼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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