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alk Talk] 2010 김치워리어와 2015 새마을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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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심서현 디지털
콘텐트부문 기자

분명히 이런 일이 이전에 있었던 것만 같은 느낌, 데자뷰라고 하죠. 지난 주 국내 네티즌들은 강력한 집단 데자뷰 현상을 겪었습니다.

 지난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5년 차세대 게임 제작 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매년 해온 사업이지요. 그 중 ‘기능성게임’ 부문이 있는데요. 기능성 게임이란 치료·학습 같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 게임을 가리킵니다. 미국에서는 청소년 법률교육이나 전투기 조종 연습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진흥원이 올해 지정한 기능성게임 주제는 ‘새마을운동’이었습니다.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새마을 운동의 정신·이념 교육을 할 수 있는 수출용 게임’ 말입니다. 선정되면 1억6000만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네티즌은 저 깊이 봉인돼 있던 하나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5년 전 ‘김치워리어’입니다.

 연두색 쫄쫄이 슈트에 배추 헬멧을 쓴 ‘김치워리어’가 총각무를 휘두르며 지구를 구합니다. 여자친구 ‘고추걸’과의 호흡은 가히 환상적, 악당 ‘돼지독감’과 ‘사스’는 깍두기포를 맞고 궤멸, 감동한 오바마 대통령은 훈장 수여….

 정말로 이런 내용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2010년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1억5000만원을 들인 ‘김치 세계화를 위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 사업 결과물입니다. 제작 의도와는 달리 ‘완성도 논란’으로 화제가 됐죠. ‘보면 김치 먹고 싶은 마음이 되레 사라진다’는 평까지 있었습니다.

 한식세계화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의욕적으로 진행했던 사업입니다. 뭔가 그때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 느낌, 기분 탓이겠죠?

 ‘김치워리어’ 감독의 경력은 꽤 특이합니다. 980달러로 영화 한 편을 만들어 ‘최저 제작비 장편영화’로 기네스북에 올랐었죠. 제작사 대표의 이후 행보는 더 흥미롭네요.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 신청을 했다 탈락했습니다. 당시 경력에 ‘우리 김치를 전 세계에 알린 김치워리어의 제작사 대표’라고 적었더군요.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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