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미 갖춘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아파트라는 서구식 주거형태가 우리 나라에 도입된 지는 반세기가 넘는다. 경제발전에 따른 도시산업화 현상으로 인구가 급격히 도시로 집중하는 경향은 주거형태의 고밀도 집단화를 촉진시켜 이제 전국에 60만 가구에 가까운 아파트가 세워져 전체 주택 중 10%의 점유율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아파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주거공간을 60, 70년대의 고도성장 속도에 따른 대량수요에 급급해 단적인 공급에만 치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도시 미관이나 쾌적한 생활 공간으로서의 조건을 무시 내지는 소홀히 해왔다. 서울시내 언덕과 도심 대로변에 자리잡은 시민아파트의 슬럼화는 논의로 치더라도 한강변을 온통 뒤덮고 있는 아파트군의 획일적이고 단색적인 스카이라인과 외관이나 녹지와 휴식공간이 무시된 실태를 살펴보면 한마디로 삭막한 집단수용소 같은 인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것을 무턱대고 관계 당국이나 주택업자의 책임으로 돌려놓고 이를 추궁하거나 매도할 생각은 없다. 당시 우리경제 여건으로는 싼값으로 많은 주택을 공급해야만 했고 각종 건축규제가 작용했으며 에너지의 절약이라는 절대적인 명제가 전제돼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불가피 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주택의 양적 팽창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5차 5개년 계획 기간만 해도 1백5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해야 할만큼 주택 부족률은 높다. 이만큼 주택을 공급하려면 결국 절대량을 아파트로 채워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건설부가 최근에 발표한 「주택단지의 경관 및 질 향상 방안」은 종래의 획일적인 아파트 외관에 변화를 주고 주거환경을 개선하자는 의지로 해석된다.
우선 아파트 외관의 획일성을 탈피해야 한다. 입지의 지형과 환경에 따라 이에 조화되는 높이와 외형을 갖춰야 한다. 지붕의 모양도 전통미와 현대감각을 살려 다양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며 베란다의 난간도 조금만 머리를 쓰면 예술적인 조형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외벽의 색깔도 일률적으로 회색이나 갈색을 쓸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조화되도록 다양한 배색이 전문적으로 연구돼야 하겠다.
한 동에 다양한 평수의 가구를 함께 살도록 하여 소득계층간에 위화감을 줄이는 방법도 강구돼야한다.
내부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집단 주택이기 때문에 일일이 설계를 달리할 수는 없겠으나 기본 골격을 통일하되 공간의 구획과 활용은 입주자의 기호와 필요에 따라 어느 정도 변경이 가능하도록 여유를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는 획일적인 평면설계를 지양하고 입체적인 구조를 가미해 변화를 주는 것도 검토해 볼일이다.
아파트 생활의 단조로움과 폐쇄성을 보완해 주는 것은 오직 주변에 조성된 녹지공간 뿐이다. 최근에 짓는 아파트를 보면 마이카 붐에 편승해서 주차장 면적은 자꾸 늘어나는 대신 녹지공간은 그만큼 줄어드는 경향이다. 이대로 가면 콘크리트 아파트와 주차장만 남고 잔디밭과 수목은 남아날 자리가 없어지고 말 것이다. 이 경우 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녹지공간 비율을 높이고 일조권을 맨 아래층까지 확보해주는 일은 앞으로 점점 수요가 늘어갈 아파트를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만한 주거공간으로서의 필수 요건임에 틀림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