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세모녀 살해' 가장 강모씨 정신감정 받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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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는 없다. 막장스토리 만들지 말아 주세요. 이해가 안된다고 힘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모(48)씨는 구치소에서 흔들리는 필체로 이런 진술서를 썼다. 빚이 있다지만, 고가의 아파트 등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가족을 살해한 그에 대한 의혹이 쏟아져 나오자 적은 심경이었다. “잘나가던 시절 다 가고 점점 어려워지고 이제는 마이너스 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네요. 조금 더 있으면 정말 추한 꼴 보이게 될 것 같고 혼자 가면 남은 처자식이 불쌍한 삶을 살 것 같다”고 적은 정리된 필체의 유서와는 대조적이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 최창영) 심리로 열린 강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강씨가 적은 유서와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던 내용 등을 살펴보면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사에서 강씨는 “2~3년간 어떻게 버티겠지만 이후엔 손을 벌리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쪽팔릴 것 같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또 “딸들이 아빠가 실업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모든 혐의를 인정한 강씨 측은 첫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받아들였다. 그의 변호인은 “강씨에 대한 정신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했다. 향후 공판은 정신감정 결과가 나온 이후 진행된다. 법원은 공주치료감호소에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씨의 유서 필체가 안정돼 있고 내용이 정돈돼 있다. 계획적 범행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안이 위중한만큼 재판부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1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고 있던 아내(44)와 두 딸(14·8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직후 도주했던 강씨는 경북 문경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결과 강씨는 범행 전 아내에게 수면제를 탄 와인을, 큰 딸에게는 수면제를 약이라고 속여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강씨는 2012년 11월 회사를 그만둔 뒤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돈 5억원을 갚지 못해 고민하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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