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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선수 만나면 탁구를 화제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생기가 넘치고 발랄하다. 레스토랑에서, 백화점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밝은 표정이고 최고의 친절함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제14회 동계올림픽이 벌어지고 있는 유고의 사라예보. 인구 50만의 이 소도시는 1914년 6월28일 「프란츠 페르디난트」 오스트리아 황태자 저격사건으로 세계 제1차대전을 점화시켰던 곳이지만 꼭 70년만에 「평화와 우의의 광장」으로 등장,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사라예보는 우리나라 스포츠사에 영광을 안겨준 곳이기도 하다. 73년 이곳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외에서 한국은 이에리사와 정현숙의 활약으로 여자단체전에서 세계를 제패했었다.
사라예보의 첫 정상은 어두웠다. 낡은 4∼5층의 건물이 즐비한데다 선수단을 인솔하는 기관단총을 허리에 찬 군인들의 복장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느낌이 조금씩 달라져갔다. 털모자와 두터운 가죽코트를 입은 시민들은 언제나 미소를 띄우며 상냥하다. 밖에서 본 날은 건물도 안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화려하고 깨끗하게 정돈돼있다. 기자촌과 선수촌은 새로 지은 고급아파트다.
이부분은 한국의 개포동이나 잠실을 연상할만큼 10∼16층의 대단위 아파트단지로 잘 정비돼있다.
거리는 흔히 국제대회가 열리면 나붙는 대형간판이나 플리카드등이 전혀 없는 것이 특이.
젊은 남녀들은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듯했다. 기자촌에 자원봉사단 3백여명의 남녀대학생중에서 여학생의 대부분이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웠다.
젊은 남녀들이 길거리에서 자연새롭게 껴안고 키스를 나누는 모습은 서구의 여느나라나 다를 바가 없었다.
거리의 잡지판매대에는 여자누드사진이 표지로 실린채 팔리고 있었다. 메인프레스센터에 설치된 TV의 한 프로그램에는 완전나체의 여자가 출연하기도.
유고에는 현재 1만2천여명의 청소년들이 마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 청소년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라예보 시민들은 10년전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한국여자팀의 세계제패를 모두 기억하고 한국사람을 만나면 으레 탁구를 화제에 올렸다.
대회의 안내역을 맡은 20살안팎의 대학생들도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선수단은 특별한 환대를 받고 있는 편이다.
거리의 분위기만큼 한국선수단도 선수촌안밖의 생활이 자연스럽다.
눈에 띄는 것중 예외적으로 잔뜩 움츠러든채 어둡고 딱딱한 감정의 그늘진 한 무리가 있다. 북한선수단과 그들의 공관원들이다.

<왕족관람 경비삼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5천m 경기가 벌어진 제트라경기장엔 4개국황족들이 몰려들어 삼엄한 경계가 펴졌는데...
12일 상오9시30분부터 시작된 남자 5천m를 관전키위해 경기장을 찾은 VIP들은 노르웨이의 「오랄프」왕을 비롯, 영국의 「앤」공주, 스웨덴의 「버틸베르나도」왕자, 일본의 「다게따」왕자등인데 이들은 한결같이 자국팀의 단장을 맡았다.

<음식안맞아 불평>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각국의 선수. 임원들입에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불평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것은 선수촌의 음식메뉴가 다양하지 않고 한결같이 차가운 음식들뿐이기 때문.
그래서 프랑스선수들은 자기들이 가져온 포도주로, 이탈리아는 파스타체프(달걀과 밀가루로 반죽하여 만든 이탈리아고유음식)를 먹으며 간신이 입맛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광경을 본 일본선수들은 초밥과 국수를 생각하며 미국선수들은 피자꿈을 꾼다고-.

<콘택트렌즈 빠져>
여자 크로스컨트리 5km에서 2위를 차지한 「베리트 안리」(노르웨이)는 번쩍이는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억세게 재수없는 날』이라고 투덜.
레이스를 끝내고 보니 출발때부터 그녀의 오른쪽 눈 콘택트렌즈가 빠져 시선의 중심을 잃고 나쁜 길을 달리고 있었다는 것.

<사라예보=조이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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