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놀라게 한 셰송 특종|안드로포프 사망 어떻게 일찍 알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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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러분, 잠시 회의를 멈추고 슬픈 소식을 전해야겠읍니다』
10일 상오 11시30분쯤(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리고있던 구공시(EEC) 및 ACP그룹(아프리카-카리브-태평양)각료회를 주재하던 「클로드·셰송」 프랑스 외상의 말이었다.
그는 이어 「안드로포프」소련공산당서기장의 사망을 알리고 2백여명의 회의참석자들에게 1분간의 기립묵념을 제의했다.
그리고 약45분 뒤인 12시30분, 크렘린당국이 「안드로포프」 사망 22시간만에 이를 공식 발표했다. 「셰숑」 외상의 완벽한 「특종」이었다.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셰숑」 외상의 특종소스는 어디였는가.
무척 궁금한 이 물음에 대해 「셰송」 자신이나 프랑스 외무성이 모두 입을 다물고있어 진상은 베일에 가려진 채 몇 가지 소문과 추측만 난무하고있다.
이탈리아기자 「프란체스코·마티올리」가 문제의 「소스」였다는 설이 우선 그 하나다. 이탈리아의 RAI지 브뤼셀특파원인 그가 10일 이른 아침부터 동구권의 교관들과 접촉, 「안드로포프」의 사망을 확인해 이를 「셰송」에게 메모로 알려주었다는 소문이다.
이 소문은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수년동안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동서외교소식통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었다는 경력 때문에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하오 특종소스를 캐묻는 기자들에게 「셰송」 외상은 『한장의 메모쪽지를 받았다』고만 말하고 다른 설명은 안했다.
두 번째 설은 모스크바당국이 「안드로포프」의 사망소식을 엠바고(발표유예) 조건으로 프랑스의무성에 전달했으나 파리의 외무성관계자가 보스에게 보고하는데 급급해 「엠바고」얘기를 빼먹었다는 설이다.
외무성보고에 접한 「셰송」장관은 모스크바주재 프랑스대사에게 전화, 이를 확인한 뒤 발표했다는 얘기. 이날 아침 회의장 전화교환양이 프랑스대표단 중 한사람에게 모스크바와의 전화를 연결해 주었고 통화가 끝난 뒤 한 장의 메모가 「셰송」 외상에게 전달됐다는 보도 등이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 번째는 「셰송」외상이 모스크바로부터 직접소식을 통보 받고(프랑스대사관의 보고일 가능성도 많지만) 발표했을 가능성이다.
사회도중 메모를 전달받았을 때 그는 크렘린당국이 「안드로포프」의 사망을 이미 공식 발표한 것으로 오판, 회의참석자들에게 알렸으리라는 것이다.
『「셰송」 외상이 크렘린의 대변인인줄 미처 몰랐었다』는 한 서방외교관의 말은 농담이라 치더라도 그의 「특종」은 분명 앨리제 대통령궁이나 외무성측을 크게 당혹시켰을 것이라는게 현재의 중론이다.
이런 종류의 중대뉴스가 관계당사자의 발표에 앞서 외국각료에 의해 발설된다는 것은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인 까닭이다. 「셰송」 외상의 실수였는지 아니면 의도적인 행위였는가는 불분명하나 생전의 「안드로포프」를 제일 마지막으로 만났던 서방정치인인 그가 다시 그의 사망소식을 최초로 전했다는 것은 기연이라고나 해야할 것 같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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