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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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교회와 사찰이 헌금이나 시주를 지나지게 강요한다』고 생각하며 『성직자도 봉급생활자나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관심을 가져왔던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다는데 보다 뜻이 있다.
교회나 사찰이 사회와 인간구원을 위해 복음을 전파하는 것은 본연의 사명이며 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재정을 확보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종교 내부적인 문제에 속한다. 그러나 「종교와 돈」의 관계가 최근 우리 나라에 있어서 국민들에게 왜곡된 인상을 주고 있는 풍토에서는 국민들의 관심은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과 이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과 수단에 회의를 갖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일부교회나 사찰에 국한된 일이긴 하지만 최근 수년동안의 종교현상을 보면 인간의 정신적 구제나 이를 위한 선교활동 보다는 호화스러운 교회건립이나 교직자의 축재, 종교재산을 둘러싼 성직군 파벌싸움 등에 종교활동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 않나 하는 인상이다.
최근 문공부자료에 따르면 지난 82년 말 현재 신·구교를 합해 기독교의 법인단체 기본재산은 2천4백70억원에 이르고 있고 연간 수입은 8백억원에 달한다. 개신교의 경우 현금수입이 1조원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었다. 불교의 경우 총재산은 5백억원, 이로부터의 수입은 51억원에 이른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 같은 종교재정의 상당부분이 종교의 본래기능인 선교나 구제사업 보다는 다른 분야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종교가 구원을 「주는 곳」이라기 보다는 재물을 「받는 곳」이란 인상을 짙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신적인 위로와 마음의 안식을 받기 위해 돈을 바쳐야 한다는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기만 하다. 이것은 종교의 참된 의미보다는 종교가 기복풍조에 빠져 영합하고 있는 양상에 불과하다.
구약성서에는 『당의 10분의 1과 과실의 10분의 1이 야훼의 것이니 야훼께 바쳐야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현금의 경우는 생일·결혼·회갑 등 기쁜 일이나 슬픈 일, 기념할만한 일이 있을 때에는 감사헌금을 비롯, 작정헌금·건축헌금·특별헌금 등 모두 가지나 된다.
이 모든 「자발적 헌금」들이 정신적으로 황폐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구제하고 복음을 전파하는데 쓰여야만 본래의 뜻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 이것들이 초호화판 교회의 건설이나 치장을 위해 또는 내용이 불분명하게 쓰인다면 사회의 비관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런 비판으로부터 발전하면 성직자도 세금을 내야한다는 여론이 결코 부당하다는 반박도 있을 수 없다.
최근 원로 성직자 한 분은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기는 자진해서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밝히는 것을 들었다. 다른 성직자들도 귀를 기울이고 반성해볼 일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종교에 대한 교단 안팎의 이러한 비판과 반성이 새로운 전기가 되어 우리사회가 기대하는 사람의 실천과 영혼의 구원이라는 사명을 실천하는데 더욱 힘쓰는 종교 본연의 자세를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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