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2·3 모두 다른 수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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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양천구 강서고 1·2·3학년 1700여 명은 11일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일종의 수능 모의고사다. 그런데 이날 오전 8시40분 시작된 1교시에서 고3이 받아본 시험지는 국어A 또는 국어B.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하나를 골라 보는 선택형 시험이다. 같은 시각 2학년이 받은 시험지는 그냥 국어였다. 고1 학생은 이날 중학교 때 배운 수준의 한국사 과목까지 응시했다.

 이 학교 황병원 진학부장은 “현 고교 재학생들이 치르는 수능이 학년마다 달라진다”며 “교사들은 여러 학년을 함께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대입 제도가 매년 바뀌다 보니 교사가 준비할 양도 늘고 학생들도 혼란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뿐 아니다. 전국 1905개 고교가 학년마다 다른 수능 모의고사 시험지를 놓고 씨름했다. 현재 고교 1·2·3학년이 치를 수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고3이 보는 2016학년도 수능은 지난해와 같다. 하지만 고2가 치를 2017학년도 수능에선 국어 수준별 시험이 폐지되고 수학은 과거 문·이과생이 보던 가형 또는 나형으로 되돌아간다. 이외에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포함됐다. 고1이 대상인 2018학년도 수능에선 영어가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뀐다.

 이 같은 수능의 변화는 ‘3년 예고제’에 따라 미리 안내되기는 했다. 하지만 잦은 대입 제도 변화가 현 고교 재학생에게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육 현장에선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손태진 서울 풍문여고 교사는 “특히 국어·수학의 수준별 시험이 없어지는 2학년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달라진 수능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 교사나 학생 모두 불안하다”고 했다. 김종우 서울 양재고 교사도 “한국사가 필수가 된다는 것만 들었지 대학들이 어떻게 반영할지 나온 게 없다”며 “학생들이 물어도 ‘나도 모른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시험을 치른 고3 전모(17)군은 “수능이 일 년만 지나도 바뀌기 때문에 행여 재수라도 하게 되면 큰 손해를 볼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수능 변화에 교육과정 개편까지 맞물리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고2가 시험 볼 수학 가·나형은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돼 올해 고3이 치르는 수학 A·B형과 출제 범위가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입시제도를 너무 자주 바꾸는 교육 행정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성권(대진고 교사)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는 “정권마다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고만 하니 제도 변화가 많아 수험생만 고통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김두용 대입제도과장은 “수준별 수능의 폐지, 영어 절대평가는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고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결정됐다”고 말했다.

  천인성·신진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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