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퍼팅 또 퍼팅 … 데뷔전 컷 탈락이 전화위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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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세영(22·미래에셋). 270야드가 넘는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 마음먹은 것은 해내고야 마는 김세영의 골프는 색깔로 치면 열정적인 레드다. 프로 통산 6승도 모두 빨간 바지를 입고 일궈냈다. 안정적인 국내 투어를 뒤로 하고 미국 무대에 도전한 김세영은 “우연한 성공은 있어도 우연한 실패는 없다”고 말한다. 그의 이글거리는 시선은 세계랭킹 1위와 올림픽 메달을 향해 있다.

● 생년월일 1993년 1월 21일
● 키 1m63cm
● 가족 관계 아버지, 어머니, 오빠, 여동생
● 학력 세화여자중학교-대원외고-고려대학교
● 프로 전향 2010년
● 존경하는 선수 박세리
● 취미 스키, 스노보드, TV 시청(요리 프로그램)
● 좋아하는 음식 순대국, 김치
● 이상형 사려 깊은 남자
● 특이사항 태권도 공인 3단
● 주요 경력
아마추어-2007, 2009년 국가대표
2009년 전국체전 2관왕(개인전, 단체전)
프로-KLPGA 투어 통산 5승
2013년 KLPGA 투어 다승왕(3승)
2014년 LPGA 투어 Q스쿨 공동 6위
2015년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우승

지난 2월 초 열린 LPGA 투어 개막전 코츠 골프 챔피언십. 데뷔전을 치른 김세영은 2라운드까지 8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참담한 성적표였다. 김세영은 “준비를 많이 했고 기대가 컸다. ‘미국 투어에 잘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컷 탈락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 퍼트 부진을 절감한 김세영은 일주일 동안 퍼트 연습에만 매달렸다. 하루 5시간 넘게 그린에 머물며 볼을 굴리고 또 굴렸다.

김세영은 두 번째 대회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일주일 사이에 완전히 달라졌다. 최종일 15번홀까지 유선영(29·JDX)에게 1타 차 2위를 달리다 마지막 홀 버디로 연장에 합류했고 연장 첫 홀 버디로 우승했다. 김세영은 “우승하는 경기는 운이 다르다. 운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김세영은 항상 운이 따른 선수는 아니었다. 아마추어 시절 출전한 2009년 김영주여자오픈에선 6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역전패했다. 잘 맞은 티샷이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카트 도로에 맞고 아웃오브바운스(OB)가 나면서 우승을 놓쳤다. 김세영은 “그 때부터 대가를 치른 뒤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실패도 많이 했지만 포기하지 았았다. 그랬기에 내게 행운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영의 골프는 색깔로 치면 ‘열정적인 레드’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태권도를 배우며 남다른 배짱과 뚝심을 가지게 된 그는 늘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한다.

장타는 김세영의 큰 매력이다. 키 1m63cm의 김세영은 골프 선수치고는 큰 편이 아니지만 태권도로 단련된 단단한 하체로 주니어 시절부터 꼬마 장사로 통했다. 2011년 국내 투어에 데뷔한 그는 2013년(266.9야드)과 지난해(264.7야드)에 2년 연속 장타왕에 올랐다.

김세영은 2013년 롯데마트 여자오픈 역전승을 시작으로 국내 5승을 모두 빨간 바지를 입고 달성했다.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도 빨간 바지를 입었다. 김세영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경기 전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긴장을 푼다고 들었다. 나는 빨간 바지를 입으면 기운이 샘솟는다. 전성기 시절의 타이거 우즈가 ‘빨간 셔츠의 공포’로 불렸는데 나는 ‘빨간 바지의 공포’로 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개 대회 만에 우승한 김세영은 혼다 타일랜드 공동 5위, HSBC 챔피언스에서 공동 16위를 했다. 신인상 1위, 상금랭킹 4위, 세계랭킹 22위다. 그러나 여느 선수들처럼 그의 목표는 신인상이나 상금왕이 아니다. 김세영은 “안정적인 한국 투어를 접고 왜 미국에 가서 고생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기쁘다. 세계 1위가 되고 싶고,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가서 메달도 따고 싶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사진=고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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