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7) 제80화 한일회담(136)-일.북송절차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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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후지야마」 외상은 2월3일 각의에 북송문제를 보고한후 판전후생상,애지법상,청목국가안보위원장과 회의를 갖고 북송 실행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후생성이 북송문제의 사무적 창구를 떠맡고, 또 국제적십자에 곧 북송 희망자의 조사와 송환을 의뢰키로 한다는 방침이 결정됐다.
그러나 후생성 관료들은 북송문제가 그들에게 떠맡겨진 것과 일본정부의 국적 의뢰방침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후생성 관료들이 판전후생상에게 지적한 문제점은 첫째 「후지야마」외상의 계획은 국적으로 하여금 북송희망자들을 조사토록 하는 것이나 국적조사관들이 북송희망자라고 주장되는 11만7천명을 직접 면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둘째 후생성은 정확한 송환자수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송환일정과 승선항을 정하기 힘들고,세째 송환선이 어느 나라 국기를 게양하든지 송환항로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정부로부터 안전통항보장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후생성 관료들은 외무성의 방침이 『유치하고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 다른 방안이 모색돼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판전후생상도 「후지야마」 외상의 계획을 수행하기란 극히 힘든 일이라고 동조했다.
요컨대 후생성도 북송은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야하나 국적의 북송희망자 사전심사 방법으로는 북송을 희망하는 모든 재일 한국인을 북한으로 보내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말하자면 국적이라는 거추장스런 존재에 의존할 경우 「자의」로 가장된 북송희망자 모두를 일본에서 축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니 구태여 국적에 의뢰하려는 자민당내의 일부 신중론에 정부가 끌려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갈은 상황전개에 따라 내가 회견을 통해 『일본정부가 재일한국인의 북송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한일회담재개에 응하지 않겠다』고 경고(2월3일)하는등 대일강경대응책을 속속 밝혔다.
정부대변인 전성천 공보실장도 5일 성명을 통해 『일본정부가 재일한국인에 대한 엄연한 관할권을 위반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일본에 미칠 결과에 개의함이 없이 우리 자신을 위하는 길을 택할수 밖에 없다』고 정부의 단호한 결의를 표명했다.
또 「후지야마」 외상의 북송방침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귀임을 늦추고 있던 유태하공사를 5일밤 일본으로 보내 적극 대처토록 했다.
유공사는 7일 상오 「후지야마」외상을 방문,일본정부의 의향을 공식으로 타진했다. 이미 말한바와 같이 한일양국간에는 팽팽한 평행선만이 존재하고 있음을 유공사는 이 회담에서 재확인했다.
유공사는 9일 상오 「사와다」 일본측 수석대표를 만나 한일회담이 진행증인 단계에서 북송을 추진하는 일본정부의 태도는 비우호적인 처사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외교관으로서 서양문명에 흠뻑 젖어있던 「사와다」 수석대표는 한국측 입장에 동정적이었다.그는『「후지야마」 외상이 북송문제를 일방적으로 취한 이유를 알수 없다.북송이 한일회담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속단할수 없다』고 「후지야마」 외상의 자세에 회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여론이 「후지야마」 외상의 계획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정부의 방침을 번의시키기는 나로서는 힘들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는 2월2일 「기시」 수상에게 북송방침을 재고하라고 강력히 권고했으나 「기시」 수상은 그의 주장을 잘 이해하겠다고만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와다」씨는 정말 한일친선의 확립을 위해 진력했던 드문 일본인 중의 한사람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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