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설명한 '노 대통령, PD수첩 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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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얼굴) 대통령의 기고문은 난자 출처 의혹에 대한 MBC 'PD수첩'의 보도와 이에 대응하는 여론재판 양상 양쪽을 모두 겨냥한 것이란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이 밝혔듯 청와대는 문제의 보도가 있기 전부터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정보기관의 별도 보고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청와대가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지켜만 봤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글에서 "'PD수첩'의 처음 취재 방향은 연구 자체가 허위라는 것이었다는데 수십 명의 교수.박사들이 황우석 교수와 짜고 사기극을 벌이고 있고, 세계가 그 사기극에 놀아나고 있었다는 말인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취재과정에서 연구원들을 위협했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적었다.

관련 보도들이 나가고, 황우석 박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연구원의 난자가 실험에 사용된 사실을 인정한 뒤 공직사퇴를 선언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노 대통령도 "대체로 양해가 이뤄지는 듯한 여론의 반응을 보면서 이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들기는 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윤리기준을 정비하고 다시는 이런 혼란을 겪지 않게 된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른 보람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잘하면 (황 교수의 연구에)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국민 모두가 이렇게 힘을 모아주면 국제적인 신뢰 회복의 문제도 극복이 가능할 듯 싶었다"고 적었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사태가 여기서 마무리됐다면 그냥 넘어가려 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MBC 측에 대해서는 잦은 방송 사고 등을 포함해 비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PD수첩'에 대한 광고 중단 등 비난여론이 증폭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노 대통령은 이를 보고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에 경종을 울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참모들은 설명했다.

?네티즌 찬반 논란=노 대통령의 글은 인터넷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많은 네티즌은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MBC를 옹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네이버.야후 등 각종 포털사이트엔 "촛불시위로 재미 본 노 대통령은 이런 말할 자격 없다" "그렇게 관용을 좋아한다면서 왜 조.중.동엔 관용을 못 베푸나" "평소 자기 도와줬다고 이번에 MBC 봐주자는 거냐" "이게 대통령이 나설 일이냐"는 등의 비난성 글이 쇄도했다.

그러나 반면 "대통령이 할말을 잘했다" "대통령의 소신 있는 행동이 국민과 언론을 조금씩 움직여 나갈 것"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건설적인 비판이지 포퓰리즘을 앞세운 바람몰이식 비난이 아니다"는 등의 찬성 글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대통령이 개입함에 따라 네티즌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이 갈라져 심한 상호비방전을 벌였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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