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로 뒤돌아본 30년 CM송에서 컬러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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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 광고 방송노래(CM송)처럼 왜 70년대에 CM송이 유행했을까. 또 광고 문구 한 줄없이 파격적인 영상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던 SK텔레콤의 TTL광고는 왜 90년대에 등장했을까. 정답은 다음과 같다. CM송은 70년대에는 정부가 기존 노래를 광고에 못 쓰게 했기 때문이고, TTL광고의 출현은 90년대 'X세대', '미시족' 등이 나오자 업체마다 개성이 강한 광고 제작에 매달린 결과다. 이처럼 광고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제일기획이 27일 내놓은 '2005 광고연감'은 74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 동안의 광고 변천사를 분석했다.

광고제작 기법은 사회 변화상을 따랐다. 70년대에는 어린이 모델 사용 금지와 광고 심의제 등 정부 규제가 심해서 업체들은 광고 노랫말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소비자들이 따라 부르기 쉽도록 만든 CM송 제작자들은 그 때 돈을 많이 벌었다. 80년대 들어선 다양한 색채감을 강조하는 광고가 많아졌다. 컬러 TV를 보유한 가정이 늘었기 때문이다. 소비계층이 다양해지자 90년대 광고는 어떤 소비자를 겨냥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졌다. 외환위기 직후엔 초코파이의 '정(情)' 캠페인 등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가 많아졌다. 최근 들어선 하나의 광고물을 인터넷 영상, 통화발신음(컬러링) 등으로 유행시키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방식의 광고가 나타났다.

시대에 따라 주요 광고주도 바뀌었다. 산업화 초기였던 70년대에는 소비재 회사가 광고를 많이 했다. 제약 및 식음료.생활용품 업체 등이 10대 광고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난 80년대의 경우 전자회사가 광고 시장의 큰 손이었다. 90년대에는 맥주.자동차 회사 등이 주요 광고주로 떠올랐다. 하이트.OB.카스 등이 '맥주 전쟁'을 하자 광고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2000년대 들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힘을 썼다.

서울 올림픽과 한일 월드컵은 광고 시장을 크게 키웠다. 올림픽이 열린 88년에는 국내 총광고비(1조 2785억원)가 처음으로 1조원 벽을 돌파했고, 2002년 총 광고비(6조 8442억원)는 월드컵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김익태 수석은 "광고는 그 시대의 경제와 문화를 반영한다"며 "경기가 나빠지려면 광고가 줄기 시작하고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 광고량이 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총 광고비는 6조 6647억원으로 74년(430억원)에 비해 155배 늘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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