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의 최전선 아프간 여성 외교관 부임 1호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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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 대테러전쟁의 최전선이었던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에 처음으로 한국 여성 외교관이 부임한다. 외교부 북미국 한미안보협력과 소속 유명진(33·사진) 사무관이다. 아프간에 자원한 유 사무관은 9일 “가장 도전적이고, 보람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아프간 근무를 희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유 사무관은 “제가 길을 연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프간은 외교관으로 한번 가볼 만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은 글로벌한 한미동맹 파트너십의 최전방”이라고도 했다.

2007년 외교부에 들어와 외교관 9년차인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미동맹 현안을 주로 다뤄왔다.

 유 사무관은 바그람 기지 내에 있는 ‘주아프가니스탄 바그람 사무소’에서 1년6개월 동안 일하게 된다. 2007년 3월 딕 체니 당시 미 부통령이 방문했을 때 벌어진 폭탄 테러로 고(故) 윤장호 하사가 숨진 곳이다. 유 사무관은 바그람 한국병원 등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을 보호하고, 2015년 6월로 예정된 시설들의 철수를 준비한다.

 가장 안전하다는 수도 카불에서도 지난해에만 테러 공격이 100여 건 일어났을 정도로 아프간의 치안은 불안하다.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그는 “공자께서 국사(國使·외교관)에 대해 ‘임금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을 수 있어야 과연 국사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수많은 험지·벽지에서 선후배 외교관들이 그런 정신으로 일하고 있다. ‘임금의 명’이 지금은 국민의 뜻이다. 저도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답했다.

 유 사무관은 14일 떠난다. 그는 “하필이면 떠나는 날이 화이트데이라 기분이 묘한데, 지금은 싱글인 게 행복하다”며 웃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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