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보고서 속의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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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레이건」 행정부의 뚜렷한 실적 가운데 하나는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안보상의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는 점이다.
「레이건」 자신이 자랑하는 바대로 지난 3년간 미국은 군사력 증강을 서둘러 소련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을 뿐만 아니라 동맹 제국에 대한 공약의 실현을 굳게 다짐해왔다. 실제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도 취해왔다. 이것은 동맹국을 결속시키는데도 크게 기여했으며 그 자체가 미국의 대소 저항력을 증강시키는 결과가 됐다.
이러한 미국의 군사 태세는 1일 발표된 「와인버거」 국방 보고서 (Defense Report 85)에서 거듭 강조됐다.
「레이건」 행정부는 81년 집권 당초부터 대소 강경 노선을 취해왔다. 그것은 당시 정책보고서에서 『미국 및 동맹국이 어떤 지역에서의 소련 침략에 대해서도 즉각 대항할 수 있어야하며 소련이 특정 지역을 공격하면 소련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효과적인 억지책』이라고 한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이것은 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같은 국지 전적 사태를 방관했던 「카터」 행정부의 소극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레이건」 행정부의 결의 표시이자 대소 경고이기도 하다.
미국은 또 종래의 1·5 전략, 2·5 전략과 같은 선택적 전략 원칙을 버리고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동시 다발성 전쟁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 국방 보고서에서도 미국은 서구·중동·극동을 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해 관계 지역이라고 지적하고 이 3개 지역에 대한 동시 침략이 감행될 경우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중동이 위급하면 극동 지역의 미 7함대를 급파하겠다는 「카터」 시대의 스윙 전략에 대한 수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동시 다발성 전쟁 수행을 위해 미국은 필요한 전쟁 물자는 한국을 포함한 현지에 사전 비축해 두고 유사시의 미군 병력 수송을 위해서는 현지 당사국의 해·공 수송 수단까지 동원하여 기동력을 극대화하기로 현지 정부들의 동의를 얻어놓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괴가 양성해 놓고 있는 십만 특공대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의 기습 공격에 대비, 스팅어 미사일의 한국 배치를 위해 l천3백만 달러를 책정해놓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다행한 일이다. 스팅어는 레이더망을 피해서 저공 침투 할 수 있는 북괴 보유 항공기의 저격에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1인 휴대용 단거리 미사일이다.
「레이건」 행정부가 군사력을 크게 증강시켰다고는 하나 쉽게 낙관할 정도는 못된다. 더우기 아시아 지역에서의 소련 군사력의 증강은 최근 수년간 특히 현저했다.
시베리아 지역에 SS-20이 증강됐고 새로 건조된 항공 모함 1척이 소련 극동군에 합류키 위해 인도양을 지나 북상중이다. 베트남의 다낭, 캄란 기지에 대한 소련 해·공군력 배치도 증강됐다.
또 며칠후면 소련 국방상 「우스티노프」가 인도 정부와의 군사 협정 문제를 협의키 위해 뉴델리를 방문한다. 그의 방인을 계기로 인도는 소련의 군사 보호권 안에 들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소련은 아프리카의 앙골라, 이디오피아에서 중동의 예멘, 서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인도, 동남아의 베트남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하나의 외곽 전략선이, 확보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와인버거」 국방 보고서에 나타난 미국의 결의는 동맹국의 결속을 성취하고 소련 팽창주의를 봉쇄하여 그 군사적 위협을 저지할 수 있는 용도라고 믿기에 충분하다.
특히 미국은 작년 11월 「레이건」 방한 때 한국은 미국에 사활적 (vital)인 지역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이것은 한국이 육·해·공의 재래식 군사력은 물론 전략 핵을 투입해서라도 사수하겠다는 제1급 방어지역이 됐음을 의미한다.
우리 외무·국방 당국은 「레이건」 재임 기간 중 이 같은 미국의 평가에 걸 맞는 대한 지원 태세를 제도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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