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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공영방송 개혁" 시민단체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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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우리 노력은 계속될 겁니다." (신현덕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가 2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식을 열고 본격 출범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탄핵 관련 방송'의 편향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한국언론학회는 KBS.MBC.SBS의 방송 내용을 분석한 뒤 공정성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방송 3사는 수긍하지 않았다. 논란을 더 부추긴 건 정작 보고서를 의뢰한 방송위원회. 사태가 민감해지자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 낸 것이다.

이후에도 지상파 3사, 특히 공영방송 KBS와 MBC는 자주 공정성 시비에 휩싸였다. 강동순 KBS 감사가 세미나에서 "공론(公論)대신 당론(黨論)을 말함으로써 공영방송이 사회통합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가장 우려한 곳이 학계다. 많은 모임에서 성토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리고 25일 '시민단체'라는 형태로 결실을 맺었다. 최근 선정성 문제까지 잇따르자 공영방송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모아진 것이다. 언론학자만 60여 명이 참여했다.

◆"편파 방송을 사회정의라고 강변"='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는 25일 창립총회를 열고 첫발을 뗐다. 발기인은 119명. 교수 70여명과 변호사 3명을 포함해 학계.법조계.재계.종교계를 망라한다. 광운대 김현주(신문방송학) 교수는 "모임의 완성까지 1년이 걸렸다"며 "정당이나 종교.기업.압력단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특정 색채가 뚜렷한 인물들은 배제했다"고 말했다.

공발연의 지향점은 창립선언문에 엿보인다. "공영방송은 권력.자본.사회집단으로부터 독립한 국민의 방송이어야 하지만, 현재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일방적인 관점을 주입하려는 경향이 발견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편파방송을 '사회정의'로 강변한다는 것이다. 또 오락 프로그램은 선정과 쾌락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발연은 주장만 일삼는 모임이 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모임을 주도한 한림대 유재천(언론정보학) 교수는 "방송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계량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보도 등 5개 분과가 이미 확정됐다.

◆"공영방송, 정치적 목적 가져선 안돼"=공발연은 이날 기념 세미나도 열었다. 가톨릭대 박선영(법학) 교수는 아직도 정치적 독립 문제에 발목이 묶인 한국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 전 종언을 고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공영방송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목적을 고려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연세대 윤영철(신문방송학) 교수는 "공영방송에 불어닥친 위기는 신뢰.정체성.경영의 위기 등 중첩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영방송은 이념과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이 '숙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사회운동단체들이 참여한 대안 매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도 '공영방송 개혁 중'=공영방송의 교과서로 불리는 영국 BBC. 개혁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 만난 스티븐 휘틀 BBC 정책심의국장은 "기자직 3000여 명 가운데 15%를, 인사 부문 1000여 명 가운데 40%를 줄이는 대대적인 감원 정책을 세웠다"며 "수신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돈을 아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수준을 더 높이기 위한 작업도 병행한다. 일본 공영방송 NHK 역시 내년부터 3년간 직원의 10%인 1200여 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들 방송사의 목표는 개혁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광고를 더 달라고 목매는 한국적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 BBC는 지난달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하는 간접광고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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