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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 한파 경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연말까지 날씨가 비교적 포근했던 통에 별 재미를 못 본 겨울상품 업체들이 새해 들어 찾아온 한파를 맞아 한파 경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 들어 자주 내린 눈에 단단히 재미를 본 곳은 타이어 업체. 지난해 크게 늘어난 오너드라이버들이 이번 눈으로 스노 타이어를 다투어 사가는 통에 포니·맵시 등 소형차용으로 나온 스노 타이어는 물건이 동이 날 지경이었다.
더욱이 지난 연말까지 눈이 거의 오지 않아 재고 부담을 우려한 한국·삼양 타이어 등 타이어 업체들이 스노 타이어의 생산을 줄이는 바람에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져 올 들어 추가생산까지 했다. 소형차용 스노 타이어는 작년 겨울보다 30∼40% 가량 늘어났다는 것이 메이커 측의 얘기.
제설용으로 쓰는 염화칼슘도 이번 눈으로 재미를 본 품목. 제조회사인 동양화학이 대부분 도공·서울시와 미리 납품계약을 맺고 생산을 하지만 올해 들어 눈이 잦은 통에 지난 겨울보다 50% 가까이 공급 물량을 늘렸다.
추위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연탄. 지난해 10∼12월까지 서울지역에서 하루 평균 9백86만9천 장 (82년 동기 8백18만6천 장) 씩 팔려 예년보다 각 가정의 비축 량이 많았는데도 이번의 강추위로 1월 들어 15일까지 하루 평균 판매량은 8백47만6천 장이 유지돼 작년 같은 기간 (7백42만3천 장) 보다 14.2%가 늘어났다.
석유난로·전기난로·전기 장판 등 각종 난방용구도 이 달 들어 판매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국 후지카의 경우 지난 연말까지 부진했던 판매가 새해 들어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 겨울보다 10%가량 늘어난 11만대의 석유 난로를 판매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예년 이맘때보다 30% 가까이는 하루 3백만 원 정도의 난방용구 매상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 연말 시즌에 크게 부진했던 겨울용 의류판매도 이 달 들어 각 백화점과 메이커들이 벌이고있는 바겐세일과 추위가 맞아 떨어져 그간의 부진을 상당히 만회하고있다.
신세계의 경우 하루 평균 여성용 코트 류가 7백∼8백 벌씩 나가 작년 이맘때보다 금액상으로 30%가량 늘었다. 남성용 의류는 정장보다는 실용적이고 보온이 잘되는 캐주얼웨어를 중심으로 70%나 매출이 늘었다.
특히 1벌에 7만∼8만원으로 비교적 값이 비싸지만 가볍고 보온성이 좋은 오리털 파카가 올해 큰 인기를 끌어 예년의 두 배가 넘는 하루 50∼60벌씩 나가 물건이 달릴 형편이다. 이에 따라 코오롱 등 메이커 측은 부랴부랴 지방대리점 등에 내려가 있는 오리털 파카를 긴급 수거. 서울로 보내고 있는 형편. 지난 겨울부터 여성용 보온장구로 등장한 발목에 끼는 토시도 올 겨울에는 강추위와 함께 젊은 여성층의 유행으로 정착, 불티나게 팔렸다.
겨울철 스포츠의 대명사격인 스케이트와 스키도 이번 겨울 추위와 눈 덕을 단단히 보았다
용평 스키장의 경우 주말이면 3, 4천명, 평일에도 1천명이 넘는 스키 객들이 몰려들어 지난해 보다 하루 평균 5백 명 이상이 늘어났다. 더욱이 잦은 눈으로 인공 눈을 만들 필요가 줄어든 데다 스키 타기에는 적당히 추운 날씨로 설 질도 좋아 큰 도움이 됐다는 것.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서울 근교의 천마산이나 용인 스키장의 경우도 주말이면 3, 4천명이 올려 작년 시즌에 비하면 입장객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스키 용구의 경우는 값이 비싸 아직은 빌어 신는 사람이 많지만 스키 인구가 크게 늘어난 데 힘입어 작년보다는 스키 용구 판매가 30∼40%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 이에 비해 대부분 국산화된 스키 장갑·눈 안경·스키모자 등 스키 액세서리 판매는 작년의 두 배 이상 늘었다.
스케이트는 이미 충분히 보급이 돼서인지 판매가 스키처럼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이 달 들어 그런 대로 재미를 봤다.
롯데쇼핑의 경우 예년 같으면 매기가 거의 없는 요즘도 하루 50켤레 정도가 꾸준히 나가 이번 겨울 판매가 작년보다 25∼30%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눈이 내리면 아무래도 고속도로보다는 철도를 찾게 되는 게 일반인의 심리.
그 때문인지 올 들어 철도 이용객수도 상당히 늘었다.
올 들어 19일까지 철도를 이용한 사람은 모두 2천6백34만 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천3백60만 여명에 비해 12%가 늘어났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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