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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화의 기수들|현대무용단 『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젊음, 열기, 노력 이 세가지가 저희들 힘의 근원입니다. 춤을 출때 신체 각부분의 움직임에 힘의 강약의 콘트라스트를 강조한, 지극히 역동적인 춤을 저희들은 추구합니다. 효율적인 힘의 조화와 배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안무하고 춤을 춥니다.』
80년 10월, 스스로 한국현대무용의 제2세대임을 선언하고 독립한 현대무용단 『둘째』, 82년 개명 지금은 『탐』의 회장인 조은미씨(28·이대·단대강사)의 얘기.
60년대이후 최근까지 한국현대무용의 산실이었던 이화여대 육완순교수에게서 배운 제1세대 제자들로 구성된 무용단이 컨템포러리(회장 하정애). 30대와 40초반의 연령층.
그다음 세대가 무서운 젊은이들인 20대 중후반 연령층으로 이루어진 「탐」이다. 80년 창단된 「탐」은 82년 제5회 대한민국 무용제에서 『청동무늬』(조은미안무)로 안무상·음악상·미술상을 받았다.
83년 제6회 대한민국 무용제의 출품작 『섬』(안신희안무)은 대상을 차지했고 미술상·연기상도 함께 받아 창단 만3년만에 안타본 상이 없을 정도로 한국 무용제에 돌풍을 일으켰다.
회원은 82년 무용제에서 안무상을 받아 프랑스연수를 끝내고 귀국한 조은미회장, 83년 연기상을 받아 프랑스연수중인 안신희씨(27·계원예고 강사), 윤승옥(이화여고교사) 김양근(현대극장 안무자) 김해경 전미숙 이연숙 김미정 김혜영 최은순 조항애씨 등 22명.
하나의 공연을 위해 이들은 보통 3개월간의 안무와 연습과정을 거친다. 무용평론가 조동 화씨의 표현을 빌자면 『군대처럼 지독한 훈련』을 한다. 연습을 하다보면 발바닥이 터져서 피가 나고 발톱이 빠지기도 한다.
이렇게하여 만들어진 「탐」의 춤들은 구성이 조직적이고 짜임새가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얼핏 자연스레 느껴지는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도 역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틀 「탐」단원들은 80년 창단이래 매달 한번씩 소극장 공간화랑에서 현대무용발표회를 갖고 있다. 회원들이 번갈아 안무하고 직접 출연해왔다. 무용음악·시·노래·대사들이 자유롭게 활용되는 다분히 실험적인 이 공연을 통해 회원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을 키워나갈수 있었다고 윤승옥씨는 얘기한다.
창단이후 해마다 정기공연·현대무용제·대한민국 무용제 등 평균 4∼5회의 공연을 해온 「탐」은 올해에도 같은 횟수의 공연을 하게될 것이라고 한다. 회원 대부분이 직장을 가지고있어 밤이나 이른 새벽에 연습을 하고 있지만 연습시간을 어기는 회원은 거의 없다.
「탐」의 공연기록과 회원들의 연구논문수록 등 회원들의 생생한 움직임과 목소리를 담은 회지 「탐」을 1년에 1권씩 내고 있다는 것도 이들의 자랑.
국판 1백30여페이지의 만만찮은 두께인데 총2권을 냈다.
공연연습때 이곳 저곳 빈 스튜디오를 전전해야하는 「탐」회원들에겐 전용연습실을 갖는 것이 가장 큰 소망.
『우리들 자신과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그 생활의 꿈과 고뇌를 담은 춤으로 청중과 공감할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그들이 추고싶은 춤은 연극적 요소가 강한 코믹한 해프닝이 될수도,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무르익은, 철저히 프러페셔널리즘에 충실한 춤이라고 회원들은 강조한다.
한번 올리면 오랫동안 아름다운 에코가 들린다는 서양고전악기 탐탐, 탐구한다의 탐, 탐스럽고 아름답다의 탐을 따서 이름 붙였다는 현대무용단 「탐」. 이들은 한국무용계에 철저한 예술정신을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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