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과도한 우연에 싫증 … 변화 필요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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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베트남 대학생들은 한류가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봅니다. 엘리트 문화를 덧붙인 한류 2.0으로의 변신이 필요합니다.”

 해외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10일 한국학부를 개설하는 베트남 호찌민 국립인문사회대의 판 티 투 히엔(52·사진) 한국학부장은 e메일 인터뷰에서 한류 업그레이드를 주문했다. 하노이 국립사범대 비교문학 박사인 판 학부장은 미·중·일 대중 문화와 한류를 비교 연구한 한류 전문가다. 그는 분단을 극복한 베트남처럼 한반도에도 통일의 기운이 깃들기를 기원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중국·인도·일본보다 한국학과가 먼저 학부로 승격된 이유는.

 “한국과 베트남의 특별한 관계가 큰 힘이 됐다. 양국은 외세 침입 등 공통의 역사 경험이 많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국제협력단 등 한국 정부와 기업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다문화·국제화 시대를 맞아 코스모폴리탄 양성에 기여하는 지역학을 중시하는 최근 추세의 영향도 받았다.”

 -베트남의 한류는.

 “한류의 강점은 ‘공감’에 있다. 만일 한국 문화가 민족주의와 한국 특색만 강조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대신 한국의 독특한 가치를 인류의 가치와 융합시킨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의 관계도 합리적으로 해결했다. 2012년 베트남 14개 대학의 학생 1114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 드라마의 과도한 우연성과 마치 신화와 같은 기적에 싫증이 난다는 답변이 늘었다. 변화·창조·파격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이에게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대중문화가 지향하는 대상이 젊은 대중이겠지만 무게감 있는 엘리트 문화와 결합시킨 ‘한류 2.0’으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한국학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나.

 “베트남에서의 응용한국학이다. ▶한국군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 치유 ▶한국 기업 내 베트남 직원의 소통 문제 ▶한·베트남 다문화 가정 ▶베트남 내 한류 ▶한국의 발전 경험이다. 이를 통한 상호 이해와 상호 윈-윈이 연구의 출발점이자 목표다.”

 -베트남은 분단을 극복한 나라다.

 “베트남은 1975년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를 모두 갖춰 통일에 성공했다. 베트남은 다행히 ‘기회와 인연’(機緣)을 만나 민족 통일에 맞는 전략·전술을 시행했다. 전략과 전술은 상황과 정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통일을 꿈꾸고 결심하는 한민족에게 좋은 행운과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양국이 국제사회에 기여한다면.

 “외세 침략의 역사를 가진 한국과 베트남은 평화와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베트남어 ‘Ho<00E0>(화)’는 한국어 화(和)와 발음이 비슷하다. 두 민족의 핵심 가치다. 다만 독립·자유·영토라는 바탕 위에서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호찌민 전 주석은 “절대로 나라를 잃어버리게 놔두지 않을 것이며 절대 노예로 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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