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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왜 중요할까 ②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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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로운 친구가 전학을 왔습니다. 친구가 교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우리의 뇌가 바빠집니다. ‘빨간색 후드 티를 입었네. 활발하고 운동을 잘할 것 같아.’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성격이 착한가봐.’ ‘어머, 화장한 것 같은데 혹시 일진이 아닐까.’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의 눈·코·귀는 사력을 다해 상대방의 정보를 수집해 뇌로 보내고 뇌에서는 이를 조합해 전학 온 친구가 착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인사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이죠.

이렇게 속전속결로 결정된 첫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연세대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심리학 개념을 빌려 설명합니다.

“인간은 움직이고 먹고 말하는 외적인 활동 외에 생각하고 판단하는 내적인 활동에도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런데 뇌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적은 정보만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를 쉽게 바꾸지 않아요. 그런 인간의 특성을 ‘게으른 사람’이라고 표현하죠. 그래서 한번 각인된 첫인상은 나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야만 비로소 바뀌게 됩니다.”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려면 첫인상이 좋아야 하는데,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야만 첫인상이 바뀐다니….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싸움 같습니다. 이런 모순에 빠지기 전에 첫인상을 좋게 남길 필요가 있겠네요.

20개 설문 문항을 작성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3분. 한 학생이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을 설문지에 적고 있다.

첫인상은 관계뿐만 아니라 나와 상대를 변화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처칠은 대담하게 행동해주길 바라는 부하에게는 “자네 얼굴에서 용기가 넘치는군”이라고 격려하고,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하에게는 “자네는 일을 꼼꼼하게 잘하는 것 같아”라고 칭찬했습니다. ‘내 부하가 이랬으면…’하고 바라는 부분을 말로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각인시킨 것이죠. 처칠의 말을 들은 부하들은 실제로 그 평가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대담하게, 또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해냈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레테르 효과(letter effect)’라고 합니다.

‘레테르 효과’는 첫인상에서도 발현됩니다. 전학 온 새로운 친구가 첫인상이 좋다면 반 친구들이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전학 온 친구는 ‘반 친구들이 나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더 노력하게 되죠. 만약 전학 온 친구의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면 반대의 경우가 생기겠죠? 이처럼 첫인상은 나를 보는 상대방의 행동을 결정짓고, 그것이 결국 내 행동도 결정짓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첫인상 호감 지수 높이는 법

그렇다면 첫인상에서 호감 지수를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앞서 소년중앙과 동북초 6학년 학생들이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소년중앙은 동북초 6학년 학생들에게 두 장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한 장은 모델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같은 모델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사진이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동북초 학생들이 영상 속 인물의 첫인상을 판단하고 있다.

웃고 있는 사진을 본 동북초 학생들은 ‘약속을 잘 지킬 것 같다’ ‘주위에 친구가 많을 것 같다’ ‘이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등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반대로 무표정한 사진을 본 학생들은 ‘엄마에게 화를 잘 낼 것 같다’ ‘단체 활동을 잘 못할 것 같다’ ‘친구가 없을 것 같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죠. 표정만으로도 상대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김 교수는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아도 잘 웃는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됩니다. 나에게 해가 되지 않을 사람, 옆에 가도 괜찮은 사람,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소”라고 설명합니다.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옷을 알맞게 차려입는 것도 첫인상을 좋게 하는 방법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동북초 학생들과 두 번째 실험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표정 대신, 옷차림에 변화를 준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같은 모델이 정장을 차려 입은 사진과 캐주얼한 복장을 입은 사진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정장을 입은 사진을 보고 아이들은 ‘지갑을 주우면 주인을 찾아줄 것 같다’ ‘책임감 있어 보인다’ ‘회장 선거에 나가면 이 사람을 뽑고 싶다’라는 문항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신뢰도를 높게 평가한 것이죠. 반면 캐주얼한 복장을 한 사진은 ‘먼저 말을 걸어보고 싶다’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 ‘주위에 친구가 많을 것 같다’ 등 친밀감을 나타내는 항목의 점수가 높게 나왔습니다.

전북대 심리학과 박창호 교수는 “심리학에서 상대방이 유명한 사람과 관련 있다고 하면 덩달아 호감을 갖게 되는 현상을 ‘후광 효과(halo effect)’라고 합니다. 옷차림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옷차림이 상대의 지위나 특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사람의 내면을 아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외모나 옷차림은 쉽고 빨리 얻을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첫인상을 심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첫인상과 관련한 심리 실험을 받고 있는 서울 동북초 6학년 1반 학생들.

색채도 첫인상에 영향을 줍니다. 빨강은 활발하고 적극적인 인상을, 노랑은 밝고 화려한 인상을 주죠. 흰색은 청결함·성실함·차가움을 나타냅니다. 검정색은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무겁고 어두운 느낌도 있어서 따뜻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밖에도 목소리와 몸짓, 행동으로도 첫인상 호감 지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심리는 몸짓과 행동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걷는 것만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말소리만 크게 해도 패기가 생기죠. 때문에 첫인사를 하는 자리에선 고개를 반듯하게 세우고 바른 자세로 이야기를 하고 내용에 맞게 가벼운 손동작을 하는 게 좋습니다.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은 호감 지수를 높이는 방법으로 ‘알맞게 말하기’를 꼽았습니다.

“첫인상에서 목소리는 인상 다음으로 중요해요. 목소리 톤과 크기, 말하는 속도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첫인사를 할 때는 목소리를 크게 하고 대화가 시작되면 주변 상황에 맞게 크기를 조절하세요. 비속어나 욕설은 삼가하고요. 친한 친구끼리 이야기할 때는 친밀감의 표현일지 몰라도 첫인상에선 부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소중 심리 실험실처럼 실험해 보려면

첫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초두 효과 실험 영상을 보고 있는 동북초 학생들.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 ‘왜 나는 이렇게 생각할까?’ 등의 질문을 던지고 심리 실험을 통해 해답을 찾죠. ‘실험’이라는 딱딱한 단어 때문에 미리 겁먹지는 마세요. 3가지 단계만 거치면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실험할 수 있으니까요. 자, 그럼 아래의 방법을 보면서 친구들과 함께 다양하게 실험을 해 보세요.

주제 정하기 먼저 실험 주제를 정합니다. 평소 궁금했던 일들이 주제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친구가 더 행복한지, 언제 사람들은 부탁을 잘 들어주는지, 정말 아침에 집중이 높은지 등이 모두 실험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설 만들기 주제를 정했으면 다음엔 가설을 만듭니다. 가설은 ‘~하면 ~할 것이다’의 형태로 된 문장이에요. 가설 만드는 법을 예로 보여줄게요. 만약 ‘일기 쓰기’를 주제로 정했다면 먼저 일기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의 차이를 생각해 봅니다. ‘일기를 쓰는 사람은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까?’ 또는 ‘더 집중력이 높을까?’ 등의 생각이 가능하겠죠. 그 뒤 주제와 차이를 연결하면 실험의 가설이 완성됩니다. ‘일기를 쓰면(주제) 더 행복할 것이다(차이)’처럼 말이죠. 바로 이 가설의 참·거짓을 판단하는 것이 실험의 목적입니다.

비교하기 가설이 완성되면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갑니다. 우선 사람들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집단에는 가설과 맞는 내용을, 두 번째 집단에는 가설과 반대되는 일을 시킵니다. ‘일기를 쓰면 더 행복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다면 첫 번째 집단에는 일기를 매일 쓰게 하고, 두 번째 집단에는 일기를 쓰지 않게 하는 것이죠. 이때 두 집단은 일기 쓰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사람 수, 성별, 긍정적인 성향 등)에서 비슷해야 해요. 왜냐하면 일기 쓰기 외에 다른 원인이 행복도에 영향을 주면 안 되기 때문이죠. 즉, 결과에 영향을 주는 다른 원인을 통제하는 겁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두 집단에 얼마나 행복한지를 묻고 그 결과를 비교하면 실험이 끝납니다. 만약 일기를 쓴 사람들이 쓰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응답했다면 우리의 가설은 참이 되고 앞으로 ‘일기를 쓰면 더 행복해져’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어때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죠? 직접 실험을 해 보면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거에요.

새 학년 새 친구 사로잡는 매력적인 첫인상 전략 ① 기사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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