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이종범 연타석 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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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이다. '슉'하고 날아오는 강속구를 대면하는 공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유명한 야구 입문서의 시작은 "타자가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 타격의 시작"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기아.사진)도 천재소리를 듣지만 가슴속에 숨어 있는 두려움만큼은 숨길 수 없다. 지난해 한차례 등 투수의 공에 얼굴을 얻어맞아 큰 부상을 했던 경험 때문에 그는 그 이후로 줄곧 왼쪽얼굴 일부를 가리는 붉은색 검투사 헬멧을 쓰고 나온다. 두려움을 죽이고, 적극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기아의 1번타자 이종범의 이런 적극성이 자신의 집중력을 살렸고, 팀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종범은 20일 광주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1회말 선두타자 홈런 등 솔로홈런 두 방을 포함해 4타수3안타, 4타점의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이종범은 1회 선제 결승 솔로홈런에 이어 2-0으로 앞선 3회말 또다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연타석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3-0으로 앞선 4회말 2사 1,2루에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려 점수를 5-0으로 벌렸다. 검투사의 예리한 칼끝에서 승부의 추는 단박에 기울었다.

기아 선발투수 리오스는 7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8삼진을 잡는 호투로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나며 시즌 4승을 챙겼다. 기아는 중위권 추락의 위기에 몰렸으나 리더 이종범의 맹활약과 1선발 리오스의 부활이 맞물리면서 재도약의 시동을 걸었다.

LG는 최동수.김상현의 인상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다승 1위 정민태와 12경기 연속 세이브를 이어가던 조용준을 마무리로 내세운 현대를 연장 끝에 5-4로 꺾었다.

LG는 정민태의 위력에 눌려 1-3으로 뒤진 7회말 2사 3루에서 김상현이 정민태로부터 2점홈런을 뽑아내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4-4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무사 1,2루에서 최동수가 끝내기 중전 적시타를 날려 승리를 결정지었다.

진필중(기아)이 보유 중인 13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에 도전했던 조용준은 4-4 동점이던 9회에 등판, 사실상 경기연속 세이브 기록이 깨졌고, 끝내 패전투수가 되는 비운을 안았다.

SK는 문학 두산전에서 두산을 6-5로 눌렀고, 한화-삼성의 대전경기는 연장 12회 혈투 끝에 2-2 무승부로 끝났다.

이태일·김종문 기자, 대전=성호준 기자, 문학=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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