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원 의혹 제기] '26억+이자' 누가 갚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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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0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친형 건평(健平)씨 명의로 된 부동산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전날 경남 거제시 구조라리 국립공원 내 특혜건축 의혹에 이어서다.

김문수(金文洙)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건평씨가 거제시 성포리 땅 6백76평을 매입한 경위와 이 땅에 설정됐던 가압류를 푼 자금의 출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金의원은 "건평씨는 연륙교 기본계획이 수립(1999년 5월)되기 전인 97년 9월 이 땅을 사들였다"며 "이 땅은 연륙교가 통과하는 지점에 인접해 상당한 개발 이익을 볼 수 있는 노른자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조사 끝에 건평씨 소유 재산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건평씨가 이 땅을 매입했는지, 사전에 개발 정보를 알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金의원은 또 구조라리 땅과 함께 가압류됐던 성포리 땅에 대한 가압류가 지난 2월 해제된 것과 관련, 돈의 출처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땅은 盧대통령이 경영에 관여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에 돈을 빌려줬던 한국리스여신이 대출금 등(26억원)의 회수를 위해 2000년 8월 가압류했으나 대선 후인 올 2월 가압류가 풀렸다.

金의원은 "검찰은 가압류를 해제한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대선 자금은 아닌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무를 갚아야 하는 대상에는 盧대통령과 그의 측근이 포함된 장수천 경영진, 건평씨, 이기명(李基明)전 후원회장 등이 연대보증인으로 돼있다.

金의원은 이와 별도로 건평씨 소유의 구조라리 별장 2채와 주변 땅 1천8백여평의 명의가 2000년 건평씨 처남 민모씨 소유에서 2002년 4월 태광실업 박연차(朴淵次)회장으로 바뀐 데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주장했다.

처남 명의로 바꾼 것은 생수천의 보증채무를 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 것이고, 나중에 朴회장에게 넘긴 것은 盧대통령의 대선 후보 검증을 앞두고 주변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건평씨가 朴회장에게 별장을 넘긴 지난해 4월은 盧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던 때다.

이에 대해 청와대 윤태영(尹太瀛)대변인은 "대선 기간에 걸러진 차원의 얘기로 특별히 더 조사하거나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연차 회장=朴회장은 전세계 나이키 신발의 20%를 하청생산하는 태광실업(지분 1백%)의 오너다. 盧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에 태광실업 본사가 있다.

그는 5공 때 민정당 중앙위원을 지내는 등 구여권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盧대통령이 어려웠던 시절 후원자였으며 지난 대선 때는 盧대통령을 후원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특히 朴회장의 셋째딸이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 국정상황실 사무원(8급)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돼 盧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 尹대변인은 "朴회장의 딸이 상황실에 근무하는 것은 사실이나 정상적인 심사 절차를 거쳐 임용됐다"고 밝혔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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