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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온 리퍼트 " I'm OK" … 상처 2㎝ 더 내려왔으면 동맥 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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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는 피습당한 지 1시간40분 만인 5일 오전 9시30분 강북 삼성병원에서 부인 로빈이 지난 1월 아들을 낳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오른쪽 턱 아래 붕대를 감은 그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마주치자 묻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괜찮다. 걱정하지 말라(I’m OK, I’m OK. Hey, guys, Don’t Worry).”

 하지만 그의 부상은 심각했다. 오른쪽 얼굴에 11㎝ 길이의 자상을 입었으며, 흉기로 팔을 관통당해 봉합수술을 받았다. 인요한 연세의료원 국제진료소장은 “리퍼트 대사가 평소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병원을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리퍼트 대사는 오전 10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 세브란스병원 5층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광대뼈에서 턱까지 난 길이 11㎝·깊이 3㎝의 상처는 성형외과 유대현 교수가, 왼팔에 입은 2~3㎝ 크기의 관통상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가 맡았다. 유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상처가 1~2㎝만 더 아래로 내려왔으면 목으로 올라가는 경동맥이 손상돼 생명이 위독할 뻔했다”며 “80여 바늘을 꿰맸으며, 1~2년 정도 지나면 흉터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술했다. 지금까지 경과는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왼팔의 관통상은 팔로 흉기를 막는 과정에서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새끼손가락 쪽의 감각 저하가 예상되지만 신경접합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6개월 정도 지나면 정상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은 “수술이 매우 성공적이지만 최소 3~4일은 입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술이 끝난 뒤 리퍼트 대사는 세브란스병원 본관 20층 귀빈병실로 옮겨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2010년 방한했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입원한 적이 있는 145㎡ 규모의 가장 넓은 특실이다. 한때 병실 밖으로 리퍼트 대사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대사님은 물론이고, 많이 놀랐을 텐데 부인 로빈도 침착하고 의연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오후 4시40분쯤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글을 올렸다. 영어로 “저는 괜찮습니다. 기운 내고 있습니다. 부인 로빈과 아들 세준, 애견 그릭스비는 많은 분들이 보여주시는 관심과 성원에 감동했습니다.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하겠습니다”고 썼다. 마지막에는 한글로 “같이 갑시다!”라고 적었다. 이는 한·미 고위 당국자들이 한·미동맹을 지속시키는 핵심 정신을 이야기할 때 쓰는 표현이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한·미 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연설한 뒤 마지막을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고 맺었다.

 오후 국회 외통위에 출석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고통스럽지만 잘 견디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자신에게 보냈다고도 공개했다.

유지혜·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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