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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방울 안나도 '산유국' 꿈 이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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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5, 16일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학술대회 베이징 포럼에 참석해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을 만난데 이어 17~20일에는 APEC 정상회의와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서밋)가 열린 부산으로 달려가 중국.러시아.인도네시아.페루.베트남 등 5개국 정상들을 잇따라 만났다. 또 21일에는 이해찬 총리의 중동 순방길에 따라 나섰다. 쿠웨이트 등을 방문한 뒤 이 총리에 앞서 27일 귀국할 예정이다. 12월 중에는 페루로 갈 예정이다. 그가 찾아가거나 정상을 만나는 나라들은 대부분 SK가 유전 개발 등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각 나라 정상들에게 주로 유전 개발 등 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협력 및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최 회장은 지난해 청와대의 재계 회동 자리에서도 '글로벌 에너지개발'의 중요성을 개진했었다.

최 회장은 특히 APEC CEO서밋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약 30분간 단독 면담을 했다. 최 회장은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후 주석에게 중국내 원유 정제시설을 세우는 것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유정제 시설은 '중국에 제2의 SK를 만든다'는 경영 전략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다. 정제시설에서 나오는 나프타 등을 원료 삼아 중국에서 다양한 화학 사업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에 원유 정제 시설을 짓는 것은 최 회장의 선친 최종현 회장 때부터의 숙원 사업이다.

최종현 회장은 1994년 당시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예방해 중국 선전(深?) 에 원유 정제 시설을 짓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뜻이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 유전 개발 등도 최종현 회장이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내걸고 추진한 프로젝트였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최 회장은 15일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 경기도 화성의 선산에 들려 자신의 큰아버지이자 SK그룹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의 묘소를 찾았다.15일은 최종건 회장이 타계한지 32주년 되는 날이었다.

최 회장은 12월 페루에 들러서도 에너지 사업 확대를 논의할 계획이다. 페루 방문은 지난 17일 부산에서 알레한드로 톨레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톨레도 대통령이 페루 현지에서 기업가 등과 보다 실무적인 얘기를 나눠보라고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페루에서 유전 두 곳과 천연가스전 한 곳의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천연가스전은 지난해 8월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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