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이승만대통령|프란체스카 여사 비망록 33년 만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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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월8일 월요일.
대통령은 애국재정가들의 총 궐기와 특히 부인들의 협력이 있어야 하겠다는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대통령은 서울을 떠나오기 전에 받았던 부산 어느 애국동포의 편지내용을 공개하면서 모두 그와 같은 애국충정으로 이 어려운 국난을 타개하는데 합심협력 해주기를 당부했다.
이 애국동포는 편지 속에 5백만원짜리 수표를 넣어 보내며 경부가 가난한 이때에 1만분의 하나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이 적은 금액을 드리오니 무슨 일에든지 나라를 위해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는 꼭 이길 것>
이 동포는 자기의 성명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은 답장을 못한 채 부산으로 왔었다.
그 편지를 받고 감동한 대통령은 이런 애국국민이 있는 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승리할 것이며 남북통일은 시간문제라고 말했었다.
나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애국동포가 남성동포일 것으로 짐작했는데 대통령은 아마 여성동포일는지 모른다고 나에게 말했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국난을 당하거나 어려운 일을 겪을 때엔 여권을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에도 부인들의 활약과 협력이 컸었다고 대통령은 말했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 부인들이 앞치마에 돌을 날라 왜적을 격파한 행주산성의 승리와 국가재정이 도탄에 빠졌던 조선시대 말에 나라의 빚을 갚기 위해 남성들이 담배를 끊으며 모금운동에 나섰을 때 부인들이 손에 낀 가락지와 패물들을 내놓았던 애국적인 사실을 이야기했다.
국방장관이 대구에서 내려와 도대체 미국인들은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보고를 했다. 그들의 전법은 여전하다. 그들은 재래식 전투방법이 좋다고 믿고 있으며 그들의 중무기를 가지고 다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난 땐 부녀 맹약>
그들의 해병대는 아직도 마산에서 쉬고 있으며 그곳에 예비병력으로 확보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해병대는 군산에 상륙하여 대기중인데 전투를 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철수를 하기 위해서인지 아무도 모른다. 국방장관은 또 말하기를 미군은 현 전선을 지킬 생각이지만 그러나 작은 돌출부로 천천히 철수할는지도 모르며 두 달 후가 아니면 대규모 진격을 위한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어떤 미군장교가 그에게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왜 미군들이 두 달이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며 미군이 하려는 것은 바로 싸움을 지속하면서 가능한 한 전선을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곡이 목표량의 90%까지 수집되어 수송을 위해 철도역 창고마다 쌓여있다. 그 중의 여러 곳이 적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국방장관은 「리지웨이」장군에게 미곡을 철거하기 위해 얼마간의 트럭을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리하여 트럭은 얻었으나 가솔린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한번 지체한 후 마침내 미8군에서 가솔린을 공급하여 주었다. 그곳은 그들의 관할 구라는 것이다. 이 미군들은 대전까지의 그들 관할 구를 그들이 지킬 수 있다고 확신을 하고 있다. 모든 산악지대는 한국군과 미제10군단이 담당 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에 의하면 수원비행장이 포기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그들이 그곳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원비행장 뺏겨>
원주에 대한 적의 압력은 대단한 것이다. 한국군의 제2군이「아먼드」장군에게 배속되고 있는데 유 장군이 지휘관이다. 한국군의 제3군사령관 이 장군이 교체되었다. 대통령이 춘천을 방문했을 때 거기서 이 장군을 만났는데 너무나도 인상이 좋지를 않았다. 그는 6개월 동안 미국에 다녀온 젊은이로 어느 누구에 뒤질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허풍과 모든 일을 자기가 더 잘 안다는 태도 때문에 수하의 사단장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그와 대체할 사람이 없었다.
미군들은 만약 이틀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서울을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리지웨이」장군은 전선(전선)전체를 재조직하려고 애쓴 것 같지만 그것을 완성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었다. 적은 지난 6월 서울에서 1주일을 지체하는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곧 바로 우리의 가장 취약한 전선지구에 돌입한 것이다. 나는 정일권 장군이 우리에게 보여준 지도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마치 그것은 북쪽이 뚫린것처럼 동부와 중부전선 사이에는 넓은 간격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대통령이 처음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원주를 방문했던 때를 기억한다.
미군고문관들은 대통령에게 어떻게 그들이 적을 함정에 몰아넣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대통령은 그들에게 중부전선의 동쪽 끝을 가리키며 만약 적이 이쪽으로 쳐들어 온다면 그들은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었다.
그러자 그 고문관들은 자기들은 적이 그쪽으로 쳐들어 올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대답했었다. 대통령은 그들에게 자기 같으면 그와 같은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서 작전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후 적의 선봉은 사실상 대통령이 말한 대로 오대산의 높은 산줄기를 타고 내려왔으며 중부전선 중심부를 향해 침투해 들어와 유엔군을 분열시킨 것이었다.

<촛불 켜고 타자 쳐>
홍천의 간선도로를 차단해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리지웨이」장군과 원주를 다시 방문했을 때 그들은 대통령에게 약 두시간 안에 전투를 전개하여 그 간선도로를 통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요즈음 전기사정이 좋지 못해서 밤에는 촛불이나 등불을 켜고 타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눈이 몹시 피로하다.
산업시설에 전기를 조금이라도 더 송전하여 싸우고있는 우리 장병들에게 필요한 물자와 일반 국민들의 생활필수품을 생산해 내려면 당분간 어두움을 참고 견뎌야 한다.
오는 25일에 발전 선이 입항하면 일반의 전기사정도 다소 호전되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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