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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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행복의 조건은 첫째가 건강, 둘째가 가정. 이것은 요즘 중앙일보의 「한국인의 건강생활의식」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이제 「부귀다남」의 시대는 지난 것일까. 「출세」로 불리는 사회적 지위의 획득도 그런 조건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바로 지난해 1월 일본의 아사히(조일)신문도 똑같은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 일이 있었다.
역시 첫째는 건강, 둘째는 가정. 그 비율마저도 우리와 같이 70% 이상.
지난해 9월엔 미국의 갤럽조사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큰 성공이 뭐냐』는 질문을 냈었다. 58%의 사람들이 건강을 첫째로, 좋은 직업을 둘째로, 세째는 행복한 가정을 꼽았다.
건강과 화목한 가정은 가히 선진국형 행복의 조건인 것 같다. 우리도 어느새 의식세계에선 선진국 수준에 다가간 것일까.
어쨌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행복 관을 놓고 빈정댈 일은 결코 아니다. 도리어 생산적이고 건전한 면이 엿보인다.
그런 소망을 뒤집어 보면 오늘의 생활은 건강을 위협하고 화목한 가정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인상도 받게된다. 그러나 보다 보람스런 삶을 위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활자세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박보당 생활연구소라는 곳에서 지난해2월 50대 5백명을 대상으로 행복한 생활의 조건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응답은 6H, 곧 건강(헬스) 소득(하비스트) 원만(하머니) 충실(오니스트) 취미(하비) 가사(하우스홀드) 였다.
역시 행복은 「성취」보다는 성취를 위한 가능성의 추구 속에 있다. 어느 사회나 『호박이 덩굴째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불행한 법이다. 그것은 갈등의 요인도 되고 사회불안의 잠재적 불안도 될 수 있다.
세상에 일하지 않는 행복이란 없다. 호박을 따려는 사람들 보다 재배하려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가 건실하다는 뜻이다. 건강과 화목한 가정은 바로 그런 사회의 기본이다.
그런 행복의 조건은 우리 사회의 지표를 보다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제도의 보장이며, 다른 하나는 국민의 도덕적 기반을 건전하게 만들어주는 기풍의 진작이다.
건강은 우선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환경」가운데에는 우리 생활의 절도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포만과 포식이 건강의 조건일수는 없다. 무엇을 먹을까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먹을까를 더 중요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의 매식 풍조가 포만과 포식으로 일관하는 것은 반 건강의 조건이기도 하다.
우리의 도덕의식은 『학교의 도덕 점수는 1백점인데 도덕 관념은 영점인 요즘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아이러니를 찾아볼 수 있다 .역시 교육의 문제다. 오늘의 교육제도로는 그것을 기대할 수 없다. 행복의 조건과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그래서 행복의 조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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