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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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얼마전 갑작스레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날씨가 무척 쌀쌀하게 느껴졌던 날 밤의 일이다.
내가 막 밖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여 저녁상을 앞에 놓고 속으로 『형선이가 이 추운 날씨에 신문을 돌리느라 무척 고생스럽겠구나』하고 적이 걱정을 하는 참이었는데, 대문소리가 나더니 그녀석이 잽싸게 방안으로 뛰어들면서, 『엄마, 엄마. 오늘 무척 춥지요. 이것 입어봐요. 따뜻할 거야. 오늘 월급을 탔거든. 그래서 엄마 입으라고 하나 사왔지』하면서 무엇인가 포장지에 싼 것을 풀고 나에게 입혀주는 것은 스펀지를 속에 넣고 누빈 겨울용 조끼였다.
그 순간 나는 형선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너무도 죄스럽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이내 뜨거운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그러니까 금년봄. 아빠가 실직을 한 후 내가 버는 몇푼 안되는 월급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것을 본 올해 중학교에 갓 입학한 형선이가 제 등록금은 제가 마련하겠노라고 집안식구 아무도 몰래 신문보급소를 찾아가 신문배달을 하겠다고 자청하여 신문을 돌리기 시작한지 이제 몇달이 되었다.
그동안 형선이가 이 어미에게 제 학비 걱정을 하지 않게 한 것만도 어미로서 고맙고 부끄러운 일인데, 오히려 제가 탄 월급으로 이렇게 선물까지 하다니 내게 있어서는 그 어느 선물보다도 값진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요즘 아침·저녁으로 이 조끼를 입으면서 올 겨울엔 아무리 무서운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해도 조금도 춥지 않을 것 같은 훈훈함을 느끼면서 형선이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 어릴적 겨울철에 이 어미에게 조끼를 사다 입혀준 그런 마음씨를 항상 간직하고 외롭고 불쌍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도울줄 아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영옥<서울 성북구 정능1동 10의290 20통6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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