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북한인권결의안첫채택]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대북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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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에서 17일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가 더욱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유엔총회는 전 세계 국가의 의사 취합체라는 점에서 결의안 채택은 대북 인권에 대한 기존의 문제 제기 수준을 넘어선다. 동시에 인권결의안 채택은 북핵 해결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무게 실린 경고=이번 결의안 채택은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취한 북한 인권에 대한 의사표명 중 가장 강도가 세다. 2003년 이후 3년간 유엔 인권위원회는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53개국이 위원국이다. 그러나 이번엔 191개국이 참석한 총회에서 이를 확정했다는 점에서 압박의 정도가 훨씬 강화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단 총회가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 분명한 개선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매년 계속해 결의안이 재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인권 이슈가 국제사회에서 일과성으로 흘러갈 단계는 분명히 지났다는 뜻이다. 지난해 상정됐던 미얀마.투르크메니스탄.수단.콩고민주공화국 등에 대한 인권결의안이 이번 유엔총회에 또 상정된 것이 그 예다.

◆ 대북 강경파엔 정당성 부여=총회가 인권결의안을 채택해도 강제력은 없다. 북한이 인권 개선 조치에 나서지 않는다고 제재할 수단은 없다.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 기구는 안전보장이사회 정도다. 그러나 인권 문제만으로 안보리에 상정되기 어렵고, 상정돼도 거부권을 가진 중국.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변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대외정책의 기치로 내세운 부시 2기 행정부에 있다. 마크 라건 미 국무부 차관보는 9일 "북한 인권결의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켰던 부시 행정부는 올해엔 북한인권특사까지 임명했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에겐 북한 인권을 문제삼을 법적.외교적 수단을 마련한 데 이어 유엔총회의 결의안 채택으로 외부적 정당성까지 확보한 셈이다. 정부는 일단 1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에 양국 간 이견이 없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이 북한 인권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정부로서도 안심할 수 없다.

◆ 부담 가중된 정부=이번에 채택된 인권결의안에는 공개처형.정치범 수용소.외국인 납치 등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나열돼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한의 통제된 정치체제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임순희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결의안 수용은 체제의 결함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은 반발하는 모습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인권 문제 제기를 체제 전복 시도로 간주해 온 북한이 유엔총회의 결의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정부는 부담스럽다.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며 어렵사리 성과를 만들어낸 6자회담에 북한 인권 이슈가 장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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