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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하미레스-야야투레"…이랜드 '막내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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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서울이랜드의 두 신인 미드필더 신일수(왼쪽)와 전기성은 올 시즌 `막내의 반란`을 준비 중이다. [사진=서울이랜드]

닮았다. 생김새와 느낌은 물론 플레이스타일도 비슷하다. 프로축구 신생팀 서울이랜드의 두 신인 미드필더 전기성(22)과 신일수(21)에게 각각 하미레스(첼시)와 야야 투레(맨체스터 시티)는 좋아하는 선수이면서 닮고 싶은 롤모델이다. 광주대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전기성은 호리호리한 체구와 공간 침투 능력이 특징인 브라질 국가대표 미드필더 하미레스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당당한 체격조건(187cm 75kg)과 터프한 수비로 중원을 장악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신일수는 고려대 재학 중 '안암동 야야 투레'로 불렸다. 두 선수 모두 22세 이하 대표팀 멤버로,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칼을 가는 중이다.

프로 무대 데뷔를 앞둔 두 선수는 포지션 경쟁자이면서 멘토 역할도 맡고 있는 베테랑 김재성·조원희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국가대표 출신 선배들의 노하우를 나눠받고 있다. 시행착오 가능성을 줄여 프로 무대에 연착륙하기 위한 노력이다. 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더럼에 위치한 서울이랜드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난 두 선수는 "짧게는 리우올림픽 출전, 길게는 3~4년 뒤 서울이랜드의 간판선수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보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프로구단 막내 서울이랜드 선수단 중에서도 막내들이다. 막내들의 반란을 기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이랜드에 합류해 두 차례의 전지훈련을 소화한 소감은.
전기성(이하 기성) "마틴 레니 감독님께서 나를 뽑을 때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3~4년 뒤 팀의 주축이 되어 달라'고 하셨다. 당장 형들을 제치고 일어선다는 생각보다는 선배들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
신일수(이하 일수) "지금보다는 장래를 보고 나를 뽑았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보여줄 게 많지 않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겠다."

-각각 '안암동 야야투레(신일수)'와 '한국의 하미레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일수 "아마도 까만 얼굴과 엇비슷한 체격 조건 때문인 것 같다. 야야 투레는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스타일인데 비해 나는 수비를 좀 더 중시한다는 점은 다르다. 학창시절 기성용(스완지시티)이나 사비 알론소(바이에른 뮌헨)의 플레이를 보며 꿈을 키웠다. 재활센터에서 기성용과 마주친 적이 있는데 가슴이 엄청 뛰었다. 용기를 내 사진을 찍어뒀는데, 지금도 자랑거리다.(웃음)"
기성 "내 별명은 주로 흑인이나 용병이었다. 하미레스라는 별명도 까맣고 마른 체형 때문에 생긴 것 같다. 이전엔 오스카(첼시)의 플레이를 보면서 영감을 얻곤 했는데, 프로 데뷔를 준비하는 요즘엔 프랑크 램파드(맨체스터 시티)를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 조율 뿐만 아니라 득점력도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

-전기성은 김재성과, 신일수는 조원희와 포지션이 겹치는데.
기성 "국가대표를 경험한 재성이 형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어떤 상황에도 여유가 있고 볼 관리도 확실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침투패스도 뛰어나다. 철저히 몸관리 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국가대표구나' 싶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참 많은데, 아직까지는 어려운 선배다."
일수 "원희형은 먼저 다가서고 적극적으로 조언해주는 스타일이다. 궁금한 걸 물어보면 설명도 잘해준다. '내가 가진 노하우를 모두 알려줄테니 마음껏 물어보라'는 원희 형의 배려가 큰 힘이 됐다."

-두 선수 모두 내년 리우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훈련 중인데.
일수 "이우혁(강원), 김선우(제주) 등 뛰어난 형들과 경쟁해야한다. 갓 프로무대에 왔으니 경기를 뛰면서 차근차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면 도전할 기회가 올 거라 믿는다. 내 손에 새긴 문신의 글귀(Believe Hope)처럼 나를 믿고 희망을 가지고 준비하겠다."
기성 "올 시즌이 정말 중요하다. 주전이든 교체멤버든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리우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가대표는 종목을 막론하고 모든 운동선수의 꿈 아닌가. 독하게 준비해서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겠다."

-마틴 레니 이랜드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에 적응했나.
기성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내 스타일과 딱 맞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데 감독님께서 그런 플레이를 원하시니 경기도 훈련도 더 재미있다. 대학 시절에 내가 맡은 역할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수 "이제껏 배운 내용과 다른 부분도 있어서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다. 상대가 치고 들어오면 국내 감독님들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앞으로 나가서 1차로 막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레니 감독님은 '상대 공격수 두 명이 함께 들어올 땐 두 센터백 아래로 물러서서 협력하라'고 지시한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팀 플레이에서 해답을 찾는 지도자인 것 같다."

-데뷔 시즌의 목표는.
일수 "선발이든 교체든 가리지 않고 스무 경기 이상 출전하고 싶다. 경기를 꾸준히 소화하다보면 주전도 리우올림픽 출전도 가능할 거라 믿는다."
기성 "프로가 됐으니 내 이름을 하루 빨리 알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야한다. 팀으로서는 올 시즌에 곧장 승격을 이루는 게 목표다."

더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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