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화제|유전 공학 이용·값 싼 간염 백신 개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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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전공학적인 방법에 의한 B형 간염백신 개발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있어 2∼3년 안에는 지금보다 훨씬 싼 국산백신이 생산, 공급될 것 같다..
지난 16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7회 유전공학 학술발표회(한국유전공학연구조합 주관) 에서 정부의 특정연구개발과제인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한 B형 간염백신의 개발』에 대한 1차 년도 연구중간발표가 있었다.
이날 발표에서 연구책임자 노현모교수(서울대 자연대)는 백신의 원료가 되는 한국형 B형 간염바이러스 DNA를 재조합하고 이를 이용한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간염바이러스는 모양도 일정치 않고 분리배양이 되지 않아 일반백신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생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종래의 간염백신은 간암환자의 혈청에서 표면항원을 분리·정제해 복잡한 공정을 거쳐 백신을 제조하기 때문에 원료(간염혈청)가 제한되고 수술도 매우 낮아 값이 상당히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이 방법은 B형 간염바이러스에서 분리한 DNA 또는 그 절편을 유전자 운반체인 프라스미드나 파지에 연결하여 대장균이나 효모 또는 동물 세포 같은 숙주세포에서 발현해 백신의 원료인 간염바이러스 표면항원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다.
현재 미캘리포니아대의「바렌슈엘라」교수와 머크사팀, 에딘버러대의 「메케이」교수와 바이오젠사팀, 오오사까(대판)대의 「마쓰바라」 교수팀, 다께다(무산)제약팀 등 10여개 연구그룹이 이 분야에서 선두다툼을 벌이고있지만 아직은 수율면에서 재래식 방법에 상대가 안될 정도로 낮은 실정이다.
노교수팀과 민간3사(녹십자·동아제약·럭키)의 공동연구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연구는 모두 33명의 연구요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첫해 연구비만도 3억8천9백여 만원.
노박사팀은 우선 B형 간염바이러스의 표면항원이 양성인 한국인의 혈청으로부터 간염바이러스입자를 분리하고 여기서 다시 순수한 간염바이러스 DNA를 분리해냈다.
앞으로 이 유전자를 잘라 표현벡터(한 생물의 유전자 또는 그 일부를 다른 생물에 옮겨주는 유전자 운반체)에 집어넣기만 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한데 내년 여름쯤에는 생산수율을 비롯, 생산기법이 확립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 기술만 확립되어 양산체제에 들어간다면 지금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싼 B형 간염백신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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