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년간 치열한 선거전 승리 … '지구촌 포청천' 합류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국제재판소 재판관을 두고 각 나라가 벌이는 선거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뽑히면 전국구를 넘어선 세계구 당선자라고 할 수 있죠.”

 정창호(49·사법시험 32회·사진) 신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은 1일 이같이 말했다.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특별재판관(ECCC)이던 그는 지난해 12월 ICC 재판관 6명 선출 선거에서 당선했다. 송상현 ICC소장에 이어 국내 2호 재판관이다.

오는 10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재판 업무를 시작한다.

 -‘세계구’라는 말이 생소하다

 “선거 운동 기간이 1년 정도다. ICC 회원국이 119개인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 위주로 직접 찾아가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밀착 호소도 해야 한다. 지난해 1주일 휴가를 내 너댓 나라 간 것을 포함해 10여 개 국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했다.”

 - 경쟁이 센 이유는

 “유고, 시에라리온 전범재판소 등 특별형사재판소에 비해 항구적 국제재판소는 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 딱 두 개다. 국가간 분쟁을 담당하는 ICJ는 오래전에 설립됐다. 2003년 출범한 ICC는 해당 정부의 협조를 받아 개인의 형사 범죄를 수사, 기소, 재판하는 기구다. ICJ에는 아직 후보도 못 냈다. 국제인권재판소도 아시아에만 없는데 그 설립을 우리가 주도하는 게 필요하다.”

 - 재판관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주로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 등 20여 건이 계류중인데 그중 특정 사건을 맡는다. 수사중인 사건도 많다. 해당 국가의 협조를 받아 학살주범을 체포한 뒤 헤이그 법정에 세우면 재판을 하게 된다.”

 - 국제 무대의 길을 택한 계기는

 “2008~2009년 비엔나에 사법협력관으로 파견됐을 때 유엔에서 몇 차례 발표를 하며 오기반 호기심반으로 국내용 아닌 국제용 법관이 되자고 결심했다.”

 - 유엔이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를 추진중이다. 북한 인권문제 처리 전망은.

 “북한의 ICC 회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야 한다. 변수가 많다. 회부가 언제 될지, 유엔과 북한과의 혼합형으로 갈지, 특별재판소로 갈지 등등. 각 시나리오 대응책이 필요하다.”

 - 해외에서만 일하다 보면 외롭지 않나.

 “사실 생활환경이나 대우는 한국이 더 좋다. 매일 모국어 아닌 영어를 써야 하고 프놈펜에선 복사도 내가 다 했다. 재판관들끼리도 잘 안 어울린다. 워낙 국제적으로 모니터링이 심하다. 개인적인 트위터, 페이스북 글까지 대상이다. 제약이 많다. 법을 통해 국제사회 기여하는 플랫폼 역할에서 보람을 느낀다. 외롭지만 판사는 원래 고독한 직업이다.”

조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