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니어탁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핑퐁(ping-pong)은 탁구를 뜻하는 영어의 의성어. 달걀보다 작은 흰공이 나무 탁자위를 퉁기는 경쾌한 소리 그대로 예쁘게 들린다.
18일 TV를 지켜 본 사람이면 탁구의 아기자기한 맛을 만끽했음은 물론 한 조그마한 소년의 깜찍한 플레이에 넋을 잃었을 것이다.
바로 제l회 아시아청소년 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15살 유남규군. 부산남중 3학년이고 키1m55cm, 체중은 45kg밖에 안 되는 주니어 중의 주니어다.
이 왼손잡이 소년은 중공 주니어 랭킹 1위의 「왕·하오」(왕호)를 맞아 21-15, 21-17로 보기좋게 승리했다. 서브, 드라이브, 스매싱 등이 나무랄 데 없었고 침착한 태도, 깨끗한 매너로 관중을 매료했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중공선수가 유군에게 찔찔매는 광경은 중공콤플렉스에 걸린 한국탁구의 체증을 뚫어주었다고나 할까. 결국 한국팀이 중공을 5-0으로 누르고 전체전에서 우승.
하기야 탁구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유군도 10살 때인 국민학교 4학년때부터 래킷을 잡았다.
세계기록으론 l958년 트리니다드의 서인도제도 챔피언십에 자메이카대표로 출전한「조이·포스터」양. 그때 나이 8살이었다.
그러나 탁구도 점차 체력전이 돼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령 건장한 성인선수가 강스매싱을 했을 때 탁구공의 속도는 서독 「스크로츠」박사의 연구로는 시속 1백7Okm다. 그야말로 눈깜빡 할 사이다.
거기다 한 점을 얻기 위해 서로 치고 받는 랠리(rally)에서도 빠르고 오래 견뎌야 한다. 1976년 영국에선 「N·재비스」와 「D·더글러스」가 1분간 무려 1백62회를 주고 받았다.체력은 물론 정신력이 얼마나 끈질겨야 하는가를 알 수 있다.
그래선지 1927년 세계 탁구협회가 창설된 이후 60연대까지 탁구는 유럽 선수들의 비유물이었다. 초년대에 중공이 본격적으로 세계 탁구계에 등장하면서 탁구는 기교면에서 한층 발전했다. 스카이서브가 등장하고 이질 러버의 사용이 일반화됐다.
바로 핑퐁외교로 국제정치무대에 등장한 중공은 지금도 탁구전적을 선린의 제스처로 이용한다.
우리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중공과 자주 부닥쳤다. 남자는 두 번 싸워 모두 졌다. 82년 아시안게임과 지난 5월의 도오꾜 세계탁구대회에서였다.
남자보다 한 수 위인 한국 여자탁구는 중공과는 앙숙이다. 결승에서는 어김없이 만난다. 역대 전적은 3승21패. 「중공벽」을 실감할 수 있는 전적이다.
어른들이 못한 중공 타도를 소년들이 해냈다는 점에서 기분좋다. 이 전력이 86년, 88년까지 유지됐으면 좋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