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어미에따라 다양한 느낌, 선택에 신중기하도록|『들국화』는 의인화 뛰어나고 『세윌』은 종장이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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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말은 체언에 조사가 붙고, 용언의 어간에 어미가 붙어서 여러가지 형태로 변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읍니다. 이러한 조사나 어미는 말의 의미만 변화시키는게 아니라, 말의 맛이나 감각조차 바꾸어 놓는 마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최소의 글자로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게 되는 시에서는 조사나 어미의 선택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 됩니다·
이번 주에는 그중에서 가장 문제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종결어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아시는 바와같이 종결어미에는 서술형【-하다】,의문형 【-하느냐】, 명령형【-하라】, 청유형【-하자】등이 있읍니다.
이런 형태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 내용에따라 결정될것은 당연하지만 표현효과를 감안하여 서술형으로 쓸 것을 의문형으로 바꾸는등 수사기교도 부릴수 있으므로 작자의 시적 재분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될수 있는 것입나다.
서술형의 경우 한가지만 예로 들어보겠읍니다. 서술형의 기본형은 어간에「다」가 붙은「-하다」인데, 시제에 따라 다시「-한다,-하였다」 따위로 변합니다. 이런 형태는 어떤 원리 원칙이나 단정이나 단아한 느낌을 줍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작품에서 단아한 옛선비의 의젓한 자세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은 그 분의 시조의 종결어미가 기본형을 많이 쓴데서 오는 효과입니다.
이것을 경체로쓰면 「-합니다,-했읍니다」가 되는데, 이런 문체는노산 이은상 선생의 작품에서 많이 볼수 있습니다. 경건한 느낌이나 공손한 느낌을 줍니다.
영탄적 효과를 쓰기 위해서는 「-하네,-이여」등이 쓰이고, 이것을 좀더 예스럽게 쓸때는「-하도다,-하노라」따위가 쓰입니다.
서술형 종결어미만을 대강 훑어보아도 이러하니 어미전반을 놓고 보면 실로 천변만화할수 있는 시의 보고가 거기에 있읍니다. 어떤 조사, 어떤 어미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시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하시고 깊은 관심을 가져보시기를 권합니다.
『가족』의 작자는 맏형인가, 형제 우애의 정이 찐득하군요.
『들국화』는 의인화에 좋은 솜씨를 보였고,『세월』은 무리없이 편안하나 종장의 마무리를 야무지게 다잡지 못한게 흠입니다.
『달빛』은 멀리 L.A에서 읊은 섬세한 망향의 시,『옥가락지』는 의욕이 너무 앞서 관념에 흐른 느낌이 듭니다. 장순하<시조 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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